[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20>]--남미연<청주시립상당도서관>

우리는 누구나 특정대상에 대해 동경의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내가 잊고 지내던 꿈들을 당당히 이뤄 낸 이들을 보면 괜한 질투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런 수많은 대상에 대한 동경과 그 이면에 숨겨진 열등감에 사로 잡혀 현재의 삶을 비관하거나 후회하며 사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박완서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권하고 싶다.

4년 동안 쓰여진 글을 모은 이 산문집에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새삼 발견하게 된 기쁨과 경탄, 그로 인한 감사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 소유가 아니어도 욕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음과 ‘살아 있는 것들만이 낼 수 있는 기척’을 감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대목은 작가의 자연에 대한 사랑을 강한 메시지로 전달한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작가에겐 못 가본 곳, 곧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의 충일함이 가득하다. 그곳에는 아직도 만나야 할, 다 하지 못한 새롭고 경이로운 시간이 작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산문집에서 작가는 꿈틀대는 생명력의 경이로움을 담아 “내 몸이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 진다”라며 죽음과 가까워진 생에 대한 담백한 성찰 또한 거침없이 고백하고 있다. 죽음을 초월한 초월자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 말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체험한 후 고통에의 의지로 죽음을 인정하게 된 후에야 비로소 ‘생명’이란 존재에 이르는 삶을 체험하게 된 고백이다. 아울러 “나를 스쳐 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보듬고 다독여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작가는 등단 40주년이라는 것에 어떤 큰 구속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로서나, 한 인간으로서 존재의 영속성에 대한 끝없는 탐구로, 작가가 아직 가지 못한 길, 어딘가에 있을 더 아름다운 길을 찾아 나설 자유를 향한 의지와 내적인 충동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덮는 순간 노작가의 현재를 읽는 즐거움은 물론 미래를 읽는 설렘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읽는 내내 우리에게 전달해 준 메시지! 못 가본 길에 대한 후회보다는 아름다운 동경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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