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목성균 충북 북부 취재본부장>
회초리--<목성균 충북 북부 취재본부장>
  • 충청매일
  • 승인 2011.01.0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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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당 습속에 삭월(朔月)이 되면 자신의 매를 마련해 스승에게 바치는 학풍이 있었다. 이때가 돌아오면 아버지는 산에 가서 자식의 매를 정성껏 마련한다.

매를 마련해 오면 어머니는 밤에 아버지 몰래 나약한 매로 바꿔친다.

이처럼 서당에는 내가 맞을 ‘매’를 내가 마련해 갔다. 이렇게 마련해간 매는 공부를 마칠 때까지 서당에 보관한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옛날에도 부모들은 가끔 서당을 찾아 자식들의 학습태도나 진도를 확인했던 모양이다. 이때 부모들은 서당을 방문해 보관 중인 자식의 매를 확인한다.

애틋한 모정인 것이다

매가 닳지 않고 있으면 부모는 서당 선생에게 자신의 자식에게 매질하는 초달(楚撻)이 없음을 섭섭해 하는 뜻을 선생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며 과거를 보는 과장(科場)의 문장이 뛰어나면 삼십절초(三十折楚)의 문장이요, 오십절초(五十折楚)의 대구(對句)라고 했다.

서른과 쉰 자루의 매가 꺾이도록 종아리를 맞아야 얻는 글이라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은 체벌을 통해 맘속에 깃든 악의 요소를 제거하는 행위로 악지를 뺀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회의 가치관이 요구되는 이치에 위배되는 무리(無理), 곧 그 악지를 빼는 교육적 의미로 체벌이 일상화 됐던 것이다.

악지를 빼는 체벌은 어린이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어른에게도 일상화 돼 있었다. 백발 노모가 늙은 아들의 종아리를 쳐 악지를 빼는 일쯤은 법도 있는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악지를 빼는 것과 가풍과 효에 대한 철학으로 부모들이 매를 들었던 것이다.

매를 맞은 자식이 울면 부모는 “다 큰 것이 참지 못하고 우느냐”고 꾸짖었다.

하지만 자식은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다. 매질하는 노모의 기운이 예전과 같지 않고 약해진 것에 대해 서러워 울었던 것이다. 조선 인조 때 영의정 홍서봉은 23세에 문과에 급제한 후 예조, 병조판서, 대제학과 우·좌의정을 지낸 당대 정치인이다.

그의 가문는 증조부 이후 9대가 대과에 급제한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홍서봉이 세살 때 아버지가 죽자 서른아홉에 과부가 된 어머니 유(柳)씨는 아들이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회초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가 과거에 급제하고 어머니께 절을 올리자 어머니는 장농 속에서 비단보자기를 꺼내 놓으며 “너를 키운 것은 내가 아니라 이것이다”며 보자기를 열자 거기에는 피 묻은 회초리가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얼마 전 TV에서 방영·종료된 여성대통령을 주제로 한 드라마 ‘대물’에서 서혜림은 “말 안 듣는 정치인들에게 국민 여러분이 사랑의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며 눈물로 국민들에게 호소하던 장면 또한 체벌이 어린이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지난해 제천 모 고등학교에서 나무라는 선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학생이 선생을 때린 것이다.

교육적인 체벌이 정당하다, 아니다를 따지기 이전에 선생에 대한 학생의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체벌부재의 역체벌(逆體罰)현상으로 체벌에 대한 인식이 새삼스럽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체벌금지가 갑자기 이뤄지면서 학교에서는 적지 않은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와 일부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교육청이 체벌금지 대안으로 제시한 성찰교실과 상벌점제 운영, 학부모 소환제 등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 교원단체가 체벌금지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9%가 교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체벌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동의한 교사는 60%, 수업과 생활지도면에서 변화가 생겼다고 답한 교사가 72%가 된다고 한다.  

체벌금지 후 흔들리는 교권

미국에서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교원조합이 학생 폭력을 막기 위해 안전수칙을 만들었을까.

모든 교육시설에서 체벌이 불법인 영국에서도 최근 ‘체벌 금지 규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달 중 체벌 전면금지 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은 체벌 전면금지에 대한 인권조례 제정도 하기 전 두발·복장·자율화 조치도 시행할 뜻을 비쳐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성급히 밀어 부친 정책으로 일선교사들은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권침해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가하는 학생들, 교사들의 교육적 권위를 침해하는 일부 학부모들로 인해 남몰래 고통을 받는 교사들도 일부 있다.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대립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위해 체벌을 금지할거냐 부활할거냐를 떠나 지혜를 모아 존중과 배려의 배움터가 됐으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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