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것들은 추억(追憶)으로 존재한다.

그리움이다. 아쉬움이다. 미완성의 소망이다.

시간(時間)의 영역에선 과거일지언정, 사유(思惟)와 간구(懇求) 속에선 ‘진행형’이다.

추억은 ‘연금술(鍊金術)’이기도 하다.

슬픔과 아픔과 고통과 절망과 좌절은 추억이 되면, 삶의 과정에서 가볍게 겪게 되는 감기(感氣) 정도의 경량이 된다.

미움과 원망과 분노 따위도 추억의 흐름으로 이해와 관용으로 용해(溶解)된다.

추억은 소망의 다른 이름

미완성과 포기는 새로운 도전과 희망으로 승화된다.

지나온 것들이 추억이라면, 오지 않은 것들은 소망으로 영속(永續)된다.

가능성을 허락하든, 그렇지 아니하든 매일 꿈꾸는 ‘달콤한 행복’이다.

살아 있는 모든 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도전과 용기의 모태(母胎)다.

새 날을 추구하고 기원(祈願)하는 동력이다.

그러하기에 소망의 세포들은 늘 살아 숨쉬는 불멸(不滅)의 편린(片鱗)이다.

모름지기, 추억은 ‘소망의 다른 이름’이리라.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른 한 해를 맞는다.

습관처럼 지나온 것들을 추억하고 새로운 것들을 소망한다.

추억과 소망은 하나인 줄 모른 채.

그 과정 속에서 우리들은 착각을 묵인한다.

안일(安逸)과 후회를 애써 추억으로 각인하는 것이 그러하다.

허욕(虛慾)과 망상(妄想)을 소망이라 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추억은 이러한 것들만큼은 허락지 않는다는 것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이루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이루지 못했을 때 비로소 추억이라 명명(命名)할 수 있음이다.

소망하면서 시도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 지나버린 소망을 감히 추억이라 할 수 없다.

또 다른 소망을 꿈꿀 자격도 없다.

새 해, 모든 이들이 추억을 되새기고 소망을 마련한다고 해서 덩달아 춤추는 것은 낙오를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함이요, 게으름을 시간의 부족이라 자위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소망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다짐을 통해서만 허락되는 법이다. 자성과 참회가 성장과 발전을 가져오기 마련이고, 소망도 성장과 발전을 간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추억할 것이 없으면 소망할 것도 없음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연유로, 올 한 해는 벅찬 희망과 소원으로 열어 가는 대신 지난 한 해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과 참회로 시작하려 한다. 그것이 지난 한 해 나에게 주어졌던 무수한 기회와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요, 스스로 갖는 미안함과 송구함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 생각한다.

진정 가슴 한 켠에 추억으로 담아 간직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가늠하고 검증하지 못하면서 어찌 소망을 말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힘들고 지칠 때면 무언가 자극이 되고 동기부여가 될 것을 찾게 되곤 한다. 시구(詩句)든, 노랫말이든 평소 좋아하는 것들엔 그러한 사연이 배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나가부치 쯔요시라는 일본 가수의 ‘건배(乾杯)’라는 노래를 즐겨 부른다. 일본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우연히 듣게 된 이 노래의 가사가 큰 위안이 됐기 때문이다.

‘(중략) 때로는 상처 입고 때로는 기뻐하고 서로 어깨를 두드리던 그 날∼(중략) 지금 너는 인생의 아주 커다란 무대에 서서 먼 여정을 걷기 시작했어. 너에게 행운 있으라! (중략) 내일의 빛을 몸에 받고서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가면 돼. 바람을 만나도 비를 맞아도 믿었던 사랑에 등돌리지마.’

소망은 새로운 도전

인생이란 큰 무대며, 삶은 긴 여정이다. 힘든 일과 기쁜 일이 늘 엇갈리지만, 시련이나 난관에 부딪혀도 가슴에 품은 소망을 잃지 말자는 말이다.

지난 한 해가 고되고 힘들었다면 분명 올 한 해는 그보다 나아질 것이라 믿자.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자.

올 연말에는 참회보다 추억할 것이 더 많을 수 있도록.

경건한 제단(祭壇)에 추억을 바치고 소망을 기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신의 축복과 행운이 늘 함께 하길, 그것이 훗날 신명나는 추억이 되고 또 다른 소망으로 발현되길 소원한다. 

추억과 소망을 모두 담아, 건배!

P.S. “꿈을 품고 뭔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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