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19>]--음수현<청주시립서부도서관>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

달의 바다 서두에 나오는 말이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절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정한아의 장편소설로 2007년 제12회 문학동네 작가상 당선작이다.

우주 비행사로서의 일과를 편지로 보내오는 고모 이야기와 취업준비생인 ‘나’가 입사시험에서 번번히 낙방해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으로 우울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이 15년 전 소식이 끊긴 고모로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가 됐다는 소식을 할머니를 통해 듣게 되면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내용으로 엮여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취업의 문제와 인생에서 품고 가는 꿈이라는 소재를 짜임새 있는 구성과 안정적인 문체로 이야기하고 있고, 서두에 있던 현실에 대한 직시와 더불어 소설 전반은 현실과 우리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으로 풀어나갔다. 생생한 묘사는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달의 바다라는 소설의 서명과 우주비행사복을 입은 빨간 입술의 표지그림 또한 책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달의 바다는 과학적으로 보면 어두운 현무암질의 넓고 편평한 지대를 말하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달의 바다는 우리가 바라보는 달 표면의 어두운 부분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의미를 다양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책을 읽는 묘미다. 또한 고모의 우주비행사라는 편지 이야기의 반전을 통해 주인공 ‘나’가 새로운 일상으로 복귀하는 내용과 맞물려 삶의 대한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더불어 이 책은 ‘삶에 대한 긍정’을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격차, 또 그 속에서 고민하고 선택의 문제에 당면하는 모습들, 실망스러운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더라도 꺾이지 않는 인물들, 그리고 그 인물간의 격려의 모습들은 인간애에 대해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나와 고모를 통해서 한 가족의 긴장과 갈등이 긍정의 관계로 나아가는 듯하다. 방황하는 청소년이나 20, 30대에게 적극 추천한다. 슬픔을 느낄 때마다 자랐다는 작가처럼 어려움을 겪어야 우리 삶도 성장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삶의 대한 위로를 받고 싶고 생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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