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보다 138년 이상 앞서는 증도가자의 진실을 두고 섣부른 학계 발표와 검증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국간 일관치 못한 프로그램 방영으로 혼란함을 야기 시키고 있어 보다 철저한 진실 규명이 필요한 때이다.

문화재 고증은 학제간 크로스(Cross·통섭) 연구로 밝혀져야 하는데 단기간 방송제작 의도에 따라 대중을 상대로 성급히 결론을 내리려 함은 위험하다. 더구나 최근 역사적 지식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공영 방송국 역사프로그램에서 방영하면서 더욱 혼동을 초래하고 있다.

언론공개 신중히 대처 못해

증도가자의 언론공개는 처음부터 신중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고고학적인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출처경위나 활자의 유통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아 논쟁을 유발했다. 또한 과학적인 분석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고 상당기간이 지난 뒤 학계가 아닌 기관에 의해 탄소연대 측정 결과가 나왔다. 그 기간 얼마든지 위작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문을 자아내기 충분한 시간과 연구 부족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그간 2차례에 걸쳐 학술발표회에서도 활자서체에 대한 과민 반응 뿐 명확한 학술이나 과학적 검증에는 다소 미흡 했다. 증도가자가 다른 부장품과 함께 고분에서 발굴된 것이라면 분묘 조성 양식에 따라 금속성질의 부식 정도로 고고학적 시대 감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만일 개성시 만월대 고려 왕궁터에서 출토된 것이라면 동일 장소에서 1958년에 발굴되어 현재 개성 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전(方角夏)’ 자와 비교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왕궁터에서 80여자에 달하는 활자가 비교적 대량으로 인쇄도구나 다른 유구 없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그러니까 무엇보다도 고고학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만월대에서 함께 발굴된 유구가 없다면 토양성분 분석이 나와야 한다. 탄소연대 측정 결과도 신뢰도가 적어 보인다. 동일 장소에서 발굴된 두개의 활자 탄소연대에 오차가 많이 나 더 많은 활자를 측정한다면 오차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위작의 수법으로 소량의 탄소성분을 활자에 칠할 수 있어 탄소연대 측정이 반드시 과학적 분석 방법의 최선은 아니다. 또한 과학 측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원자료를 훼손시킬 수 밖에 없지만 활자면에 묻은 흙을 털어 내거나 손으로 만져 유기물로 인해 탄소연대 측정이 불가피하게 한 것은 문화재 보존처리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다는 것이다. 과학적 분석 접근이 중요한 것은 정치적 사회적, 개인의 사욕과는 달리 불특정 대상에 의해 공정하게 검증이 되기 때문이다.

위작으로 보는 동활자는 황동색이다. 증도가자 활자는 파래와 같은 푸른색인데 활자의 주성분이 청동활자라면 산화시 검푸른 색의 녹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청동활자의 녹 상태는 물론 활자의 성분 분석 등 과학적인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 증도가자의 유통 경로에 대해서도 갈팡질팡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라 했고 나중에는 북한에서 조선족을 통해 중국인이 일본으로 유출한 것을 매입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는 단지 유통 과정을 모호하게 하려는 수단이라고 본다. 북한과 중국은 문화재법이 엄격하여 국보급 문화재를 유출시키다 발각되면 사형 등 엄벌에 처해지는 국가이다.

일본으로 문화재가 반출된 경로는 다양하나 일제강점기에 약탈과 친일파에 의한 뇌물 또는 무지로 일인 골동품 수집가에 싸게 넘어간 것이 부지기수이다. 그래서 추적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문화재 위작자들이 흔히 이들 나라를 언급하는 수법 중 하나이다. 증도가자는 이중날개 구조라서 위작이 어렵다는 것은 현재의 과학 기술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컴퓨터 정밀 공학의 발달로 극소수의 단위까지로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3D다이케스팅(Die casting) 주형공법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각계 전문가 교차 검증 해야

국보급 문화재의 발견은 뜻하지 않게 우연히 발굴되는 사례가 많다. 1966년 9월에 석가탑 도굴로 인해 보수공사 중에 발견한 현존 세계 최고의 목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해 정치가의 야욕에 의해 발굴된 경주 황남대총 발굴 등이 있다.

이러한 국보급 문화재들은 출토 경위가 왕릉이나, 탑, 불상 불복장 등 확실하다.   

증도가자의 진실 규명은 권위 있는 기관에서 고고학적인 발굴조사가 선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계의 전문가가 모여 주조형태 기술, 판각 인쇄실험, 서체입증, 먹성분, 활자성분 분석 등 최첨단 과학적 실험과 학제간 논의와 교차 검증이 이루어져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때 비로소 고려 금속활자로 인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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