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 왕조시대에는 국민이 주인이 아닌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왕이 국민의 주인이었다. 해방과 더불어 민주주의는 시작됐지만 일부 정치인과 기업인의 유착관계로 불법정치자금수수 관행이 비일비재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은 정치에 대한 깊은 피해의식과 불신을 갖게 됐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2004년 소액다수에 의한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면서 소수 기업인이 정치인의 활동비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특정 기업이 특혜를 받는 유착관계는 대부분 사라지게 됐지만, 아직도 일부 단체가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특정 정치인에게 불법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게 된다.

정책 산출 과정 관심 가져야

흔히 현대 민주정치를 대의민주주의라고 말한다. 대의민주주의란 국민이 개별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해 간접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국가 의사 결정의 원리이다.

우리는 대의제의 원리에 따라 투표권 행사를 통해 정치인을 선출하면서도 정치인의 정책 산출 과정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투표참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민주주의 비용인 소액다수의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것 또한 투표에 참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다.

개인의 사회생활에 생활비가 필요하듯 정치인의 정치활동에도 정치자금이 필요하다. 정치자금이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그 밖에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을 말한다.

투명한 정치자금 흐름을 위해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고 있고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공무원(사립학교 교원 포함)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만 기탁할 수 있다.

또한 정당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국가가 정당에 지급하는 금전 등을 보조금이라 하는데 이 중 여성추천보조금은 여성후보자에 대한 선거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정당이나 국회의원의 정책개발이나 입법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치자금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과거 정치사에서 만행했던 불법정치자금을 차단하고 깨끗한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액소수가 아닌 소액다수의 자발적인 정치자금 후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자신과 자당의 이익추구에 몰두하고 국가이익에는 관심 없는 한심스런 정치인이 뭐가 좋아 정치자금을 후원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가 투명해지고 건전한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정치인이 바람직한 정책을 산출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한데 그 기반은 우리들의 성숙한 기부문화로 만들어진다.

아무리 좋은 차도 그 차를 운행할 기름이 없다면 운행할 수 없듯이 아무리 재능 있는 정치인도 좋은 정책을 산출할 수 있는 운영비가 없다면 결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훌륭한 정치인이 배출되기를 바란다면 정치인에게 관심을 보내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기름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정치인은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정책으로 대답할 것이다.

어떤 재화의 여러가지 용도 중 어느 한가지만을 선택한 경우 나머지 포기한 용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기회비용이라고 하는데 경제적 행위에서는 선택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반드시 발생한다. 때에 따라서 ‘공짜’로 얻은 것도 실상 따져 보면 포기해야 하는 다른 ‘공짜’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소액다수 후원금 필요 절실

정치인의 올바른 정책 산출을 위해서는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이 반드시 필요하고 국민의 열망인 깨끗한 정치문화는 투명한 정치후원금으로 만들 수 있다.

어느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거리엔 흰 눈이 내리더니 벌써 올 한해도 도착점이 보인다. 해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TV, 신문, 인터넷 등으로 정치후원금 제도를 홍보하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는 정치라는 커다란 밭에 거름은 주지 않고 초라한 정책 산출에 분노하며 정치인을 외면한 건 아닌가? 이번 연말에는 우리 모두 올바른 정치를 염원하면서 정치후원금도 내고, 소득공제도 받고, 깨끗한 정치후원문화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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