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개인전 ‘내밀과 노출, 그 임계선 위에서’

▲ 장하나作 ‘내 방의 역사'

기억 속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기록한다.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는 즐거움.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에 안테나를 치켜 올려 메모한다. 소소한 기억의 반짝이는 기록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녀의 은밀하면서도 일상에서 펼쳐지는 생활 속의 비밀을 하나씩 감상해보자.

장하나 작가의 개인전 ‘내밀과 노출, 그 임계선 위에서’가 9일까지 HIVE Space A(청주시 내덕2동 안덕벌 유한약국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청주복합문화체험장 하이브 캠프가 충북 레지던시 사업 지원을 통해 운영중인 ‘아시안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인큐레이터쉽’ 프로그램의 마지막 전시다.  인큐레이터쉽은 젊은 국내 입주 작가들의 경력 개발과 창작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장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기억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해 각 작품마다 다른 공간과 다른 느낌을 담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금색 테두리를 두른 화려한 액자속에 빼곡하게 쓰여져있는 3장의 이력서가 눈에 띈다. 근데 이력서의 내용이 좀 이상하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이력서가 아닌 그녀의 실패했던 기억들이 3장에 걸쳐 기록됐다. 자기 자랑하기 바쁜 이력서가 아닌 슬프고 괴로웠던 이력을 나열해 거듭된 실패 속에서 또 다시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는 그녀만의 ‘불굴의 의지’가 담긴 특별한 이력서를 완성한 것이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수많은 이력서를 쓰면서 도전하지만 도전은 결코 이력서 한줄로도 남지 못한다. 이력서에 한줄을 남기기위해 애쓰는 젊은이들의 값진 도전과 실패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그녀는 “내 맘대로 안되는 일들이 어찌나 많은지 괴로운 날들을 기록해 보았다. 이력서에 한줄을 완성하기위해 이력서 한 장에 가까운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경험해야했다. 실패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일상의 소중한 가르침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그녀가 살았던 집의 구조를 분해하고 실제 방과 가구의 크기를 5분의 1로 축소해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기록한 작품 ‘우리집’이 바닥에 설치돼있다.

방, 부엌, 복도, 큰방, 작은방, 발코니, 화장실 등 7개의 공간과 그 곳을 채우고 있는 가구에서 느껴지는 그녀만의 감정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방의 침대에서는 ‘편안함’, 부엌의 씽크대에서는 ‘게으름’, 화장실에서는 ‘다급함과 개운함’, 작은방의 옷장에서는 ‘혼란’, 화장대에서는 ‘변신’ 등 가구 이름대신 표현된 순간의 감정과 행동들이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독일에서의 8년 타국생활과 잦은 이사로 생긴 공간에 대한 애착을 전시장의 작은방에 꾸며져있는 ‘내 방의 역사’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작업은 ‘이전에 살았던 집주인의 취향은 어땠을까?’하는 작은 물음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 새로운 가구와 벽지로 다시 태어나는 집. 그녀는 그 공간의 역사를 보여주기위해 각기 다른 색의 도배지로 8번을 도배하고 조그맣게 조금씩 찢어 그 공간의 흔적들 속에 남겨져있는 기억들을 드러내고 있다.

고속버스를 타고 자주 이동하는 그녀. 1시간이든 3시간이든 고속버스 안의 그녀는 너무 심심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시간들을 펜과 종이로 기록하고 있는 작품 ‘from cheongju to cheongju’. 고속버스안에서 몸의 흔들림에 의지해 드로잉된 10개의 작품을 늘어놓았다. 때로는 차안에서 졸기도 해 펜이 더 많이 미끄러지기도 하고, 편평한 땅을 달릴때는 한 곳만을 왔다갔다하며 진하게 그어진다. 버스의 움직임과 새로운 곳을 가는 설레임의 기억들이 드로잉 속 선들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아 이것도 작품이야’라고 할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미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통을 향한 그녀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장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고 전환의 기회를 선물하고 싶다. 설명을 듣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만이 느끼는 감정들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감정들이 작품 속에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개념미술을 청주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010-9018-9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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