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구미열강국들은 조선이 쇄국정책을 강화하자 무력으로 개방을 요구했다. 고종 3년(1866) 프랑스 해군은 강화도를 점령하여 병인양요를 일으켜 외규장각을 불태우고 서고(書庫)에 봉안되어 있던 왕실관련 의궤를 약탈해갔다. 이때 외규장각에는 국왕이 직접 열람하기 위해 만든 어람용(御覽用) 정본(正本) 도서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규장각은 중요 왕실도서를 내각(규장각)과 외각(외규장각)에 분산시켜 봉안했는데 분관인 외각은 정조 6년(1782)에 강화도에 설치했다.

프랑스군이 전리품으로 가져간 외규장각 도서는 존재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가 1978년 재불학자 박병선 사서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후 우리 정부와 민간에서는 1991년부터 지속적으로 약탈문화재의 반환을 촉구하면서 외교적 현안과제가 됐다. 그러나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에는 무엇보다 국가간의 협상이 중요하며 외교·경제적 변수가 많아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국가간의 협상 중요

문화재 반환 협상은 프랑스측에서 외규장각 도서에 대해 등가(等價) 교환을 통한 반환을 고집하고, 우리는 여기에 난색을 표함으로써 의견 절충이 원만하지 못했으며, 2001년도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의 반환은 배제되어 있다. 프랑스의 외규장각 도서는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고속전철 사업 모델로 프랑스 테제베(TGV)를 선정하면서 일부가 반환되기도 했다.

1993년 9월 15일 프랑스 국가 원수로는 최초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 프랑스와 미테랑(Francois Mitterand·1916∼1996) 대통령이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鑑儀軌·1822년 순조의 어머니 현목수빈의 묘소 건설에 관한 것을 기록한 책)’를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때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으로 막아 문화재를 소중하게 생각했던 두 명의 여성 사서들은 당시에는 사표까지 냈지만 지금 그 공을 인정받아 간부급으로 승진까지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랬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외규장각 도서는 존재가 확인된 지 31년, 반환협상이 시작된 지 19년 만에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다. 2010년 11월 11∼12일 서울특별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 중 우리나라 이명박,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간 양국 정상회담에서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 보관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 297권을 한국에 대여하고 5년마다 자동 연장하는 임대 방식의 반환을 합의했다. 실로 국보급 외규장각 도서는 144년만에 본국으로 귀향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1993년 당시 한국에 반환될 도서를 가지고 자국 대통령과 동행한 사서들 뿐만 아니라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들이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에 강력히 반대를 했는데 이번에도 박물관 학예사들까지 반발 성명서를 내는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상호등가 원칙에 어긋나고 다른 나라 문화재 반환 요구가 거세질 선례가 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문화제일주의에 집착하는 등 지성과 철학이 부족한 소지라 본다.

프랑스 내에 있는 문화재 반환은 1993년 사례에서 보듯이 그들의 영구적 해외 반출을 금지한 자국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국내 반발 여론을 설득해야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의회의 동의를 받아 법안을 통과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만일 반환이 된다면 다른 문화재나 국가들의 선례로 남아 외교문제로 비화될 우려까지 있음에도 프랑스 정부에서 이번에 취한 사례가 좋은 결과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프랑스는 정확한 반환시기를 명시하지 않아 실무협상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되지만 양해각서(MOU) 체결시 조속한 시일내에 갱신대여에서 영구대여의 사실상 반환 방식으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정치적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들이 귀환되면 보관에 정성을 다하고 국가지정문화재 추진과 같은 후속조치에 적극 나서야 하며, 한글 번역 등 학문 연구에 널리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영구대여 반환방식 기준 마련 필요

우리는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외에 구한말 열강국들이 불법적으로 반출한 많은 문화재가 세계 20개국 411곳에 무려 11만 6천896점이나 흩어져 있다. 특히 일본에는 250여 곳에 6만1천409점이나 된다.

향후 이러한 해외유출 문화재를 되돌려 받기 위해서는 먼저 불법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국가별로 환수 전략을 치밀하게 국가 차원에서 수립해야 한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사서는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단순한 업무가 아닌 동서양 사회에서 인류문화의 발전을 위해 보이지 않게 노력했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정부를 비롯해 민간과 종교 단체들과 함께 문헌자료를 책임지고 연구 관리하는 사서들도 프랑스를 설득하고 압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