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도가자 위작시비로 신문과 방송 시사프로그램에서 연신 그 진위를 추적하는가 하면 관련 학계에서 학술발표회를 여는 등 세상이 떠들썩하다. 어떤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표함에 있어서는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검증이 된 뒤에 침착하게 대응해야 하며 다각도로 제기될 의문에 대한 확고한 전문지식과 대안을 논리정연하게 증빙해야 한다. 

오래된 골동품이나 고서적일수록 진위를 구별하는 고증을 반드시 해야 한다. 고대 문명발생지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전문적으로 위작을 가려내는 변위학(辨僞學)이 발달했다. 명나라 때 문인 호응린(胡應麟)은 ‘사부정와(四部正訛)’에서 경사자집(經史子集·옛 도서분류법) 중에서 위작이 제일 많은 것으로 자부, 경부(유가서적), 사부(역사서적), 집부(문학서적) 순으로 지적했다. 자부는 나라와 시대에 따라 분류법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나 대체적으로 법가(法家·법률서적)·도가(道家·도교서적)·석가(釋家·불교서적) 등의 여러 사상가들과 농학·의학·기술 등의 기술서적을 포함한다. 그러니까 이번에 문제시된 증도가자는 불교서적으로 자부에 속한다. 

위작, 위작자들이 가장 잘 안다

위작의 기원은 약 2천500년 전 연나라와 제나라 지역의 방술사(方術士·고대에 신에게 빌고 단약(丹藥)을 만드는데 능한 사람)들에 의해 대중과 가까운 자부 분야의 참위설(讖緯說·음양오행설에 의하여 인간 사회의 길흉화복을 예언하던 학설)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제자백가시대에 활동했던 유가 사상가들의 저작에서도 위작이 많아졌다. 이러한 이유는 공자를 비롯하여 제자백가들은 스스로 저술을 한 예는 거의 없고 그들의 학설은 사망 후 제자들이 편집한 것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이 제자들이 다양하게 분파를 이루면서 원조(元祖)가 설파했던 주장들과는 다른 성격의 학설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고 내용자체가 왜곡된 것은 아니고 문장의 형식이나 해석의 방법이 다른 것이지 핵심은 원전에 충실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위작이 아니라 학설이 다른 학파라고 보아야 한다.

제자백가들이 저술을 남기지 않은 것은 문자는 있었지만 서사재료인 종이가 발달되지 못해 죽간목독에 쓰던 시대여서 학설의 전수는 설법과 특정 문하(門下)에서 교육하는 전가지학(專家之學)의 학파에서 암기(暗記) 방식으로 전수하던 교육 방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흐르면서 부와 명예에 종속하여 내용의 원전이 다른 경우도 있지만 지질이나 유명한 서예가가 쓴 서체에 따라 달라지고 전쟁으로 인해 원본이 희귀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위작이 성행한다.  

증도가자 사례는 아직 명확하게 결말이 나지 않아 쉽게 단정을 할 수 없으나 현존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가 책은 있지만 실물 활자가 없는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니까 직지보다 더 이른 시기에 주조된 금속활자를 발견함으로서 학자는 학문적 명성과 골돌품상은 부를 축적할 기회를 얻는 이해관계에 따라 빚어진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청나라 때의 문헌학자 장심징(張心   )은 위작을 만드는 원인을 ‘위서통고(僞書通考)’에서, 첫째, 자신의 이름을 숨기기 위함. 둘째, 자신의 이름이 너무 미약함으로. 셋째,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가탁(假託·빌림)함. 넷째, 어떤 사람을 모해(謀害·꾀를 써서 남을 해침)하기 위함. 다섯째, 어떤 사람을 무고(誣告·없는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일)하기 위함. 여섯째, 논쟁에서 이기기 위함. 일곱째, 이익과 상(賞)을 받기 위함. 여덟째, 호사(好事·스캔들)를 좋아하여 저작함. 아홉째, 자신의 이름을 은밀히 드러내기 위함 등의 아홉 가지로 말하고 있다.

연구와 검증으로 진실 밝혀야

오늘날과 같이 첨단과학기술이 발달된 문명사회에서는 위작도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 있지만 과학적 분석에 의해 명확하게 진위가 판명된다.

이번 증도가자 진위의 중요한 잣대는 금속활자 인출에 사용한 실물 활자에 묻어 있는 먹(墨)성분의 연대측정은 물론 출토지와 유통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져야만 가능하다. 또한 논쟁의 불씨가 된 번각본과 다른 서풍(書風), 자형(字形), 활자주조(活字鑄造)방법 등에 대한 접점(接點)을 규명해야 한다.  

위작은 시대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다방면에서 발생한다. 위작은 누구보다도 위작자들이 가장 잘 안다. 변위학과 교감학(校勘學·같은 종류의 여러 책들을 비교하여 문장이나 문자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학문)을 연구하며 진리를 찾는 학자는 학술발표를 통해 공신력을 얻고, 골동품상은 이익에 현혹이 되지 않았다면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의혹의 진실을 밝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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