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말이 아니다. 정권의 시녀 등 좋지 않은 표현이 많던 차에 MBC ‘피디수첩’의 ‘스폰서 검사’방송 후부터는 아예 ‘섹검’으로 지칭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내부비리에 대한 검찰의 처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두 명의 검사가 생각난다. 한 사람은 자신에게 씌어진 멍에를 벗기 위해 모진 시련을 감내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익히 잘 알려진 대로 남의 도움으로 시련을 이겨냈다.

검찰 내부 투영할 수 있는 사례

권태호 검사. 충북 청원 출신인 그는 지방대(청주대학교)를 나와 22년만에 검사장으로 승진해 ‘신화’로 불렸다가 평검사로 강등된 인물이다. 동향의 한 기업가 내사 무마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인데 검사장이 평검사로 내려앉은 것은 유례가 없다. 그는 ‘사실과 다르다’며 인사발령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후 올 2월 대법원이 최종 확정했다. 그는 지난 8월부터 부산고검 검사로 있다.

권 검사가 소송을 내기에 앞서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한 심사청구서를 내용으로 이 사건을 정리하면 권 검사가 인천지검 1차장검사로 재직하던 2001년 5월께 고향 선배 기업인으로부터 “P씨라는 사람이 대검찰청 직원이라고 하면서 뒷조사를 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권 검사는 이에 수사관이었던 P씨와 통화하고 적법한 정보수집이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선배 기업인에게 전했다. 이게 전부이다.  P씨는 안산시장을 지냈다.

그런데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2006년 말께다. 권 검사가 주장하는 내막은 이렇다. 권 검사가 안산지청장 재직 때인 2003년 회사자금 3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 건설사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돈의 용처를 찾다보니 1억원이 P수사관에게 직접 흘러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P수사관은 “무릎 꿇고 빌 테니 봐달라”, “사표를 내겠다”는 등의 애원을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 동향 기업인 사건 전화 문의를 빌미로 주변사람들을 통해 “당신과 관련된 사건이 있다는데 적당하게 마무리 해달라”고 협박을 했다.

그러나 권 검사는 비위사실을 내부보고 했고, P씨는 이로 인해 사무관 승진을 하지 못하고 좌천인사됐다.

권 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해 첫 부임지인 춘천지검에 있을 때(2004년 11월)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사건무마 청탁을 했고 돈까지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에 정보보고돼 감찰이 진행됐다.

권 검사는 당시 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P씨가 선거를 앞두고 비위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억울한 보복수사를 당한 것처럼 호도하기 위해 자신을 동향 기업인사건과 엮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권 검사장에게 부적절한 처신을 해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을 권고했고, 법무부는 2005년 4월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시켰다.

그런데 감찰위원회는 또 권 검사에 대한 인사불이익을 요구한다. 2007년 2월 검찰공무원의 공정성과 청렴성 및 도덕성을 제고하고 검사의 행동기준을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권 검사장의 품위손상행위가 비록 징계시효는 완성됐지만 검사평가자료로 활용해 향후 인사에 반영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3월 5일자로 실시된 검사장 이상 고위간부에 대한 인사에서 권 검사장을 서울고검 검사로 강등 조치했다. 권 검사는 결백하다며 언론에 특별청문회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박기준 전 검사장. ‘PD수첩’이 고발한 검찰 스폰서 실태의 몸통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한 사업가의 진정사건을 다룬 이 프로그램에서 금품수수는 물론이고 성상납까지 받았다는 차마 입에 올리기에 창피한 일들이 들춰졌지만 그는 최종적으로 특검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면직 처분된 그는 곧바로 복직소송을 냈다.

권태호 검사와 박기준 전 검사장의 사건을 요약하면 권 검사의 경우 청탁을 하고 돈을 받았다는 사람(권 검사)은 없는데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P씨)이 있다. 반면에 박 전 검사장은 접대를 했다는 사람(사업가)은 있는데 당사자(박 전 검사장)는 “그런 일 없다”는 것이다.

억울하다지만 떳떳함의 차이 있어

권 검사와 박 전 검사장 모두 억울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들의 행태는 대조적이다. 권 검사는 자신을 옥죌 수 있었던 P씨의 비위를 상부에 보고했다.

P씨에게 사건무마 청탁을 했다면 책잡힌 꼴인데 가능했을까? 박 전 검사장은 스폰서 진정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으니 켕겼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검은 이를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 그를 기소를 하지 않아 면죄부 논란을 일으켰다.

또 하나는 자신들에게 씌어진 혐의에 대한 대응방식이다. 권 검사는 명예회복을 위해 언론에 청문회를 요청했다. 모든 사실관계를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 청문회는 P씨의 거부로 불발됐다. 박 전 검사장은 특검에서 사업가와의 대질신문을 거부했다. 사업가는 하고 싶다는데 박 전 검사장이 하지 않겠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권 검사나 박 전 검사장 모두 억울하다고 하지만 누가 떳떳한 위치에 있는가의 차이는 있어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