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수록된 기억매체를 분실하여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로 한동안 온 세상이 시끄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및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못한 손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본인 신상 정보 등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은 날로 높아져만 가고 있다.

세금 관련 명의대여 범죄 인식 부족

그런데 유독 세금과 관련해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인정보인 본인 명의를 빌려주는 것이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례로 가까운 친인척이 신용불량 등의 사유로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면 아무 생각 없이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

조세범처벌법 제11조에는 조세의 회피 또는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타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사업자등록을 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자신의 성명을 사용하여 타인에게 사업자등록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명의를 빌려 준 대가를 혹독히 치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소송 사례를 보면 A씨는 애인 사이인 B씨의 부탁으로 본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신청하였고 영업 허가증 및 임대차 계약서에 본인의 도장을 날인했다. 또 본인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여 B씨가 사업에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는데 B씨는 A씨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하는 등 변칙적인 사업을 하다 세무서 및 검찰의 조사를 받아 처벌을 받았다.

고액의 세금고지서를 받은 A씨는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며 세금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으나, 사업자등록 신청서 및 임대차계약서 등에 본인이 직접 날인하였고 은행계좌도 직접 개설해 주는 등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고액의 세금을 고스란히 부담하게 되었고 급기야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또 한 예를 들면 C씨는 학교선배인 D씨가 신용불량으로 인해 사업자등록을 내지 못한다며 사업자등록을 해주면 세금도 성실히 납부하고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명의를 빌려줄 것을 부탁하자 사업자등록신청에 필요한 위임장 등을 작성해 주었다.

D씨는 C씨의 명의로 사업을 하면서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를 신고 납부하였으나 사업이 어려움에 처하자 세금 신고를 하지 않고 잠적해 버려 세무서에서는 명의자인 C씨에게 세금고지서를 보냈다.

이에 C씨는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 사업을 한 적이 없고 사업 기간 동안 다른 직장에 근무하였기 때문에 사업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이후에 행정소송에서 세금을 취소 받을 수 있었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주었다고 하여도, 사업이 잘 될 때는 명의를 빌려간 사람이 세금을 제때에 해결하므로 세무서에서 명의 대여 여부를 밝혀내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업이 어렵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업을 그만 두면서 명의를 빌려 간 사람이 세금 문제 등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 한 경우에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고액의 세금고지서가 나갈 수 있고, 또한 신용불량자로 등재되어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처지에 봉착할 수 있다.

한 순간 실수 상당한 대가 부담 위험

물론 실질과세의 원칙 상 사업자등록 명의자와 실제 사업자가 다른 경우에는 실제 사업자에게 모든 세금이 과세되는 것은 맞지만,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세무서를 상대로 사업자등록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고 해서 곧 바로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받은 세금고지서가 취소되는 것도 아니다.

세금고지서를 취소시키려면 명의를 빌려준 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본인이 실지사업자가 아니라는 주장과 이에 대한 사실을 밝힐 책임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있는 것으로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는 것을 밝히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인정 또는 작은 유혹에 이끌려 본인 명의를 빌려준 경우 본인의 재산에 심한 손해를 입고 더 나아가 나와 나의 가족 모두를 불행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본인의 개인정보는 본인 스스로 보호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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