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서민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으면서 식당에서 기본으로 제공되고 웃으면서 리필 해 주던 김치가 금치가 되어 버렸다.

일부 식당에서는 김치찌개가 메뉴에서 사라졌고 상추를 추가로 주문할 때에는 2천원을 더 내도록 하는 등 배추와 상추가격 급등이 서민생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중국에서 배추를 무관세로 수입하고 매점매석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배추 부족하니 한 포기 덜 담가라?

대통령의 양배추 김치 발언에 이어 실무를 담당하는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김장 한 포기 덜 담그기 운동을 제시하는 것을 보며 우수마발이란 성어가 떠올랐다. 우수마발은 소의 오줌과 말의 똥이라는 뜻으로 아주 가치 없는 말을 일컬을 때 많이 사용되는 사자성어다.

대통령의 양배추 발언이야 양배추 가격을 몰라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해도 실무를 담당하는 농림부의 차관이 “배추가 부족하면 한 포기 덜 담그면 어떻겠느냐.

전 가구가 한 포기만 덜 담가도 약 3만t 이상의 배추 수확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논리라면 쌀 가격이 오르면 ‘아침 한 끼 안 먹기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휘발유가 비싸면 차 운행을 줄이는 등의 대책이 있겠지만 한국인에게 김치를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인터넷 포탈에서 괴산절임배추가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전 국민의 폭발적인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괴산군 절임배추 생산자협의회가 배추 값의 급등에도 12만원이 넘는 배추 10포기를 2만 5천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하면서 군 농산물 쇼핑몰에 주문이 폭주하며 사이트가 마비되고 조기 품절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생산자들의 과감한 결단이 괴산군 농산물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는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일대 사건이었다. 비싸면 먹지 말라는 대책 없는 우수마발의 말보다 주무부서에서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작은 시골 마을의 농민들이 일깨워 준 것이다.

괴산절임배추의 폭발적인 인기는 소비자와의 직거래, 특히 인터넷 직거래를 통한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 방안의 모범적인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이다. 가격을 올릴 수 있음에도 소비자와의 믿음을 먼저 선택한 용기는 상품을 보지 않고 구입하는 사이버 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신뢰를 유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세기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던 프랑스 국민들은 혁명을 생각하고 있었고 이때 왕비 마리앙투아네트가 백성들이 빵이 없어 굶주리고 있다는 말에 “빵이 없다고? 그럼 과자나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이 말을 듣고 굶주림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이르고 프랑스 시민혁명이 일어나면서 그녀는 남편 루이 16세와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우수마발의 말을 할 바에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생산지 농민들이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이 산지에서 헐값에 판매되고 소비자는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구입하는 현실에서 비싸면 먹지 말라는 말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 위치가 우리나라 농사행정을 책임지는 농림부 차관이라면 말이다. 괴산절임배추 저가 공급은 농민들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경제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인 ‘거미집 이론’은 이번 배추 파동에 적용하기에 적절한 이론이다. 전년도에 농산물 가격이 낮으면 다음해 재배면적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로 가격이 높으면 그다음 해 재배면적인 증가해 가격이 폭락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거미집 이론’을 참고해 농산물 재배면적의 조정과 유통체계 개선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 임태희 비서실장이 배추 유통과정에 대량으로 사재기 하는 유통업자가 있다며 마치 배추가격 폭등을 사재기 유통업자 혼자만의 책임인양 말을 했다.

물론 어느 정도 책임도 있겠지만 배추 값 폭등을 단순하게 유통업자 책임으로 국한해서는 안 되고 농산물의 유통구조에 대한 현주소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노력과 이를 바탕으로 유통구조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통구조의 혁신 필요

지난 6일 농림부가 채소류 가격 폭등과 관련해 불합리한 유통구조 문제 개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올 연말까지 세부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농·식품부에서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이 불합리한 유통구조로 인해 가중된 측면이 크다는 인식하에 농업의 핵심 키워드가 유통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 유통혁신이라고 판단한 것이 유통구조 개선의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유통구조의 혁신을 위해 이왕 칼을 빼들었으면 이 기회에 농산물 수요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우월적인 가격 교섭력을 지닌 대형 유통업체와 조직화에 대응해야한다.

소규모 농민들의 계약재배 활성화, 도매시장의 거래방식 개선, 사이버거래 활성화, 물류유통 비용의 절감 등 총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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