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우리나라 팀이 우승했다. 이 경기를 보고 있자니 승패를 떠나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상대팀 일본의 선수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선수들은 전후반 90분, 연장 전후반 30분, 그리고 추가시간까지, 120분을 죽기살기로 뛰었다. 아무리 훈련을 했다고 하지만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그것도 많아야 예닐곱인 어린 선수들이 체력이 달려 그라운드에서 발을 질질 끄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라리 중계방송을 보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U-17 여자월드컵 우승 땀의 대가

우리나라 여자축구의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통계를 찾아보니 등록선수가 8월 기준으로 고작 1천450명이다. 이 중 고등부 선수는 345명에 불과하다. 345명의 자원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팀이 유일하게 졌던 독일은 등록선수가 무려 10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등록선수 수치로 여자축구가 비인기종목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비인기종목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당연히 각종 지원을 넉넉히 받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그들이 세계 최강이 되기까지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가는 보지 않아도 안다. 그들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아야 한다.

김태호 전 총리후보 낙마 후 청와대가 고르고 골랐다고 자평을 한 차기 후보가 김황식 감사원장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김 후보가 대법관과 감사원장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거쳐 현정권의 아킬레스건인 도덕성만은 자신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 국정기조로 삼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적임자라고도 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김태호 전 후보와 다를 것이라고 철썩 믿었다. 야당이나 언론의 잠잠한 검증 움직임은 그 믿음을 더하게 했다.

그런데 29일과 30일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러 가지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고위직이라면 투기꾼도 울고 간다는 재산증식은 빼고, 개인 신상과 관련된 것을 추스르면 병역면제와 딸 강사 특채 의혹을 꼽을 수 있다. 병역면제의 경우 김 후보는 1968년부터 1971년까지 매년 병원에서 갑상선기능항진증 진단서를 받아 징병연기처분을 받고 1년 뒤에는 두 눈의 시력차가 커서 생기는 장애인 부동시(不同視)로 아예 면제를 받았다. 김 후보측은 당시 관계법령에 따라서 정상적으로 면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에 김 후보자의 형이 의사로 있었고, 이후 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김 후보자가 고등학교 때까지 배드민턴 선수생활을 했고, 안경을 쓰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이렇게 눈이 좋았던 사람이 몇 년 만에 5디옵터 차이로 급격히 부동시가 될 가능성은 사고나 질병을 제외하면 제로(0)에 가깝다고 한다. 이밖에도 병역면제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아무리 합법적 병역면제라고 해도 보수정권에서 병역미필 대통령, 병역미필 총리, 병역미필 국정원장, 병역미필 여당대표 등은 황당하지 않겠는가? 오죽하면 전무후무한 병역미필정권이이 될 것이라는 나돌까.

딸 강사특채 의혹은 2003년 미국 유학을 마친 김 후보의 딸이 그 해부터 김 후보의 누나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교와 누나의 시아버지가 세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활동했다는 게 줄거리다. 총리실은 해당학과의 추천을 받는 등 정당한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박사학위가 넘쳐나는 판에 아무리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한들 유학을 갖다온 즉시 2개 대학에서 시간강사자리를 얻은 것을 보면 무슨 특별한 재능이 있을 법한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딸 특채로 결국 장관직을 내놓아야 했던 유명환씨가 생각난다.

공직자가 바뀌어야 공정사회 돼

가장 심각한 것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김 후보가 서산지원 판사로 있었던 일로 이 곳에서 근무를 시작했던 1980년 9월부터 1981년 5월까지 실제 서산읍에 거주하면서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고 이후 직접 거주하지 않은 서울 논현동으로 허위 전입신고를 했다. 김 후보가 서산읍으로 전입신고를 했지만 8일만에 다시 이전 주소지였던 서울 논현동으로 재전입했다.

실거주지인 서산읍으로 ‘반짝 전입’한 이유는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위장전입은 이 정권이 들어선 후 하도 많이 들어 큰 문제가 될성싶지 않지만 김 후보가 법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아무리 오랜 전 일이라고 해도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U-17 여자월드컵 대표팀과 김 후보가 걸어온 길을 단순 비교해보자.

U-17 여자월드컵 대표팀은 역경 속에서도 정직한 땀을 흘리고 그 대가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들이 김 후보처럼 쉬운 길을 택했다면 그런 결실을 맺을 수 있었을까 묻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김 후보는 위법이든 편법이든 자신에게 편한, 자신을 위한 삶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이런 사회를 공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회는 분명 공정하지 않다. 고위 공직자가 바뀌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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