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활자 증도가자 실물 발견

이달 9월 2일 경북대 남권희 교수는 서울 인사동의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한 금속활자 100여점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12글자가 ‘직지’보다 138년 이상 앞서 금속활자로 간행된 증도가자를 인쇄한데 쓰인 활자(증도가자)와 일치한다고 실물을 공개했다.  

삼성출판박물관에 소장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갗 권말(卷末·뒷글)에 따르면, “夫南明證道歌者 實禪門之樞要也 故後學參禪之流 莫不由斯 而入升堂 覩奧矣 然則 其可閉塞 而不傳通乎 於是募工 重彫鑄字本 以壽其傳焉 時己亥(1239)九月上旬 中書令晋陽公 崔怡 謹誌(무릇 남명의 증도가는 선문(禪門·선불교)에서 매우 필요한 책이다.

그러므로 후세에 참선하는 이들은 이 책에 의해 승당(升堂·참선의 더 높은 경지에 들어감)하여 깊은 이치를 깨닫지 않는 바 없다. 그런데 이 책이 없어져 유통이 전래되지 못하면 되겠는가? 이에 공인(工人·각수)을 모아 주자본(鑄字本·금속활자책)을 중조(重彫·다시 새김)하여 오래도록 전해지게 하고자 한다.

때는 1239년 9월 상순에 중서령 진양공 최이는 삼가 적는다)”라고 고종 당시 무신정권의 최고 권력자 최이(崔怡)가 금속활자판 증도가자를 모본(模本) 삼아 복각해 목판본인 ‘증도갗를 찍어냈다고 기록돼 있다.

‘증도갗의 금속활자 주자설은 1988년에 천혜봉·김두찬 교수와 2000년 황선주 교수에 의해 이미 제기된 바 있으며 이번에 그 활자의 실물이 발견된 것이다. ‘직지’를 찍었던 ‘흥덕사자’가 지방활자라면 ‘증도가자’는 중앙에서 주조하여 사용된 활자로서 인쇄문화의 변천을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임에는 틀림없다.  

‘직지’보다 오래된 금속활자 논쟁은 문헌에 있는 기원설에 근거해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1973년 손보기 교수에 의한 1160년대의 ‘고문진보대전’, 1993·2006년 성암고서박물관 조병순 관장의 1341∼1370년 제작 추정의 ‘삼장문선(三場文選)’과, 북한에서는 남한의 손보기 교수가 1973년에 주장했던 1297∼1298년 추정의 ‘청량답순종심요법문’과 1317∼1324년 추정의 ‘공자가어’ 를, 그리고 중국에서는 1997년 ‘어시책(御試策·이 책은 윤병태에 의해 목활자본으로 판명됨)’과 1998년 지폐 인쇄용 동판을 증거로 내세우며 금속활자는 중국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필자에게도 2006년 중국인 무역상이 접근했다가 의심을 하자 지난해 8월 충북의 한 일간지에 ‘세지심경’을 금속활자본이라며 거래했던 일 등 무수히 많다.

또한 1993년 최병학씨 직지분실사건, 2000년 문화재 도굴범 서상복에 의한 서울 봉원사 ‘직지’ 상권 완질본과 안동 광흥사 복장유물에서 도굴한 ‘직지’보다 50년 앞서는 금속활자본 분실사건, 2005년 북한 보현사 ‘직지’원본 소장 해프닝을 비롯해 몇 년 전 중국인에 의한 직지동판 금속활자 위작 사건 등 ‘직지’와 관련한 각종 소송사건도 많았다.  

금년 5월경 필자도 어느 분으로부터 세상이 놀랄만한 사건이 터질 것이란 정보를 들었다. 이것이 금속활자본 ‘직지’인지 아니면 수년 전 청주시에 북한에서 출토된 금속활자를 수백 만원에 매입하라고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중개인은 관계기관 뿐만 아니라 직지 전문가, 언론사 등을 상대로 판매를 하려고 비밀접선을 시도하여 위작 가능성이 높다.   

이번 ‘증도가자’는 앞으로 학계의 검증과 공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일본인이 소장하다가 1913년 덕수궁박물관에 넘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복(?)’ 자와, 1958년에 개성시 만월대에서 발굴되어 개성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전(方角夏)’ 자 등 2점 등 뿐이고 현재 흥덕사자는 전하지 않고 있어서 ‘증도가자’가 금속활자로 인정된다면 인쇄문화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제고될 것이다.

그러므로 ‘직지’가 청주의 브랜드라서 위상이 저락된다는 지나친 지역주의나 편협된 의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철저한 분석 엄정한 검증 필요

‘직지’는 고고학적으로 언제든지 이보다 더 앞선 금속활자본이 발견될 수 있으므로 ‘현존’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앞으로 ‘직지’보다 더 이른 금속활자나 책이 발견되어 공인되면 당연히 그 책이 가장 오랜 금속활자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직지’는 활자가 없고 책만 있듯이 ‘증도가자’는 활자만 있고 책이 없고 목판 번각본(본따 제작)만 있는 상태여서 그 검증의 추이가 관건이 된다.    

‘증도가자’가 사실로 검증된다면 세계 최초 금속활자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증도가자’의 출처와 입수경로 등이 불분명하여 위작의 가능성도 배제 못하고 있다.

서지학적으로 서체가 일치한다 해도 번각본과 실제 금속활자본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고 과학적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 할 학계의 철저한 분석과 범세계적인 엄정한 검증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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