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살, 비밀과 거짓말 <13>]--곽양숙 청주시립정보도서관

세상의 모든 것들이 불평 불만이 돼 자신을 구속하는 청소년기. 누구나 방황과 혼란의 시기를 겪지만 모든 청소년들이 이 시기를 잘 극복해 꿈을 펼치는 행운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미성숙기에 찾아온 시련으로 소년·소녀의 여린 자아는 끝내 뿌리내리지 못하고, 어른이 돼서도 불안한 자아를 끌어안은채 불행한 삶을 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위기의 순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여기 아이와 어른의 위태로운 경계에서 가슴 시린 성장통을 당당하게 이겨낸 한 소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열네살, 비밀과 거짓말’은 2008년 장편동화 ‘꽃길’로 ‘한국안데르센상’ 대상을 수상한 김진영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소설이다. 이 소설은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비밀과 거짓말이 무엇일지 엿보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는 작가의 말과 같이, 그 나이의 아이들이 갖는 삶과 고민들을 가족과 어려운 일상이 만든 아픔들로 단단한 껍질을 가지게 된 하리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열네살의 하리는 여러 비밀을 마음에 품고 있다. 짝사랑하는 성민이에게 주기위해 음악 시디를 훔친 비밀, 하리의 비밀을 아는 예주의 협박에 의해 습관적으로 도둑질을 하게 된 비밀, 도벽에 깊이 물들어 버린 예주의 비밀, 도벽광 엄마와 늘 술에 취해 있는 아빠의 비밀 등. 비밀은 또 다른 비밀을 낳고, 이 비밀들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늘어나 하리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그러나 가족의 아픔 속에서 진실을 되찾자고 하는 하리의 의지와 용기로 비밀과 거짓말은 형태를 잃어가고 하리는 수렁과도 같은 어둠에서 벗어나 진실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에는 두 장의 꽃잎은 길고 커다랗지만 나머지 꽃잎 세장은 작은 ‘범의귀꽃’이 등장한다. 하리는 마치 기형과 같은 이 범의귀꽃을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애매모호하고 불안한 청소년기”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불안함은 단지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인식일 뿐, 청소년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범의귀꽃의 모습 그대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이다.

청소년기를 흔히 통과의례라 한다. 청소년이라면 쉽고 어렵고를 떠나 겪어야 할 과정의 하나라는 의미이니라. 우리는 때로는 담담한 얼굴이 되어 청소년들을 믿고 기다릴 때 어느 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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