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년 단일 민족을 면면(綿綿)히 이어온 우리나라는 현재 저출산과 국제결혼이 증가해 300년 이후에는 순수한 한국인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세계적인 인구학자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전망했다.

한국전쟁 후인 1955년~1962년 사이는 대다수 가정에서 5~9남매를 둘 정도로 베이비 붐(Baby boomer)을 이룬 다산(多産)의 시대였다. 그리하여 당시 혁명정부에서는 제1차 경제개발계획 시행과 함께 특단의 조치로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을 위해 거국적인 가족계획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1.22명) 나라가 되었다.

정부가 나서 결혼비용 등 마련

가족계획 시행 초창기에는 초등학교 여교사가 재직 중인 거주 지역의 가족계획을 담당했으며, 지금부터 불과 20~30년까지만 해도 각 면 단위마다 가족계획요원이 배치되었다. 또한  예비군 및 민방위 교육장에서는 남성 불임 정관수술을 자원에 의해 시행하는 등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혼수 비용이 많이 들어 결혼을 못하는 노처녀·노총각과 같은 문제는 독특한 차원이라 임금이 직접 나설 만큼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영·정조 때 이덕무의 산문 ‘김신부부전(金申夫婦傳)’과 이옥의 희곡 ‘동상기(東床記)’, 순조 때 조주삼(趙秀三)의 ‘추재기이(秋齋紀異)’ 등 문학 작품에 잘 묘사되어 있다.

유교를 국시로 한 조선시대는 보통 15살을 전후해 결혼하는 조혼 풍습이 일반화해 20살을 넘겨 노처녀·노총각으로 산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가부장적 제도가 철저했던 조선시대의 혼사는 본인의 의사보다 부모가 좌우했고, 오늘날과 같이 근대적인 독신주의 결혼관이 선명치 않아 노처녀·노총각의 존재가 별로 없을 것만 같지만 미혼자가 신분에 관계 없이 제법 존재했다.

조선시대에 결혼을 못 하는 주요 원인은 1차 산업인 농업에만 의존하여 체면을 앞세운 혼수 마련이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이었다. 당시 여성들의 혼수품 중 필수인 가체(가발)는  황소 1마리의 가격으로 그 폐단이 심해 나라에서는 가체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적 이유로 미혼자가 많이 발생하자 정조 15년(1791)과 20년(1796) 두 차례에 걸쳐 각 부처에서 결혼 적령기를 넘어 결혼하지 못한 남녀들에 대한 별단(別單·명단)을 보고 받아(正祖實錄 44卷, 正祖 20年(1796) 2月 4日 丙辰條) 국가적 차원에서  결혼 비용을 대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조선시대는 백성들이 결혼을 못 하는 문제를 중앙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자 지방관들도 자체적으로 결혼 권장과 함께 결혼비용을 마련해주었다. 이는 결혼 적령기에 혼인하지 못하는 것이 저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직접적인 문제이어서 조정에서는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선, 중대한 국갇사회의 문제로 파악하여 대책을 강구한 것이다. 다산 정약용도 ‘경세유표(經世遺表)’에서 남자는 30살, 여자는 25살까지 결혼하지 못하면 관에서 주선해 결혼시켜야 한다고 규정했다.

조선시대와 같은 농경사회에서는 출산이 재산이자 노동력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다출산은 가정 경제력 상승을 의미하므로 저출산 문제는 자본주의 심화의 소산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심각하게 부상되는 노령층과 저출산 문제는 국력과 직결되므로 원인 분석과 함께 정책적으로 지원이 되어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마다 임기응변 식으로 특색 있는 출산 장려 시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다.

현재 시책 비현실적… 획기적 안 필요

출산 장려 정책은 생명의 중요성, 출산·양육과 관련된 교육과 경제적 지원은 물론 여성의 인권 보장과 노동시장 개척, 긍정적 결혼 가치관 확산, 양성 평등 시각 반영 등 획기적인 정책안이 발상되어야 한다.

또한 핵가족 심화를 막기 위한 전통적 가족문화 조성 캠페인 전개를 비롯하여 미혼모 자녀의 해외 입양을 국내 입양으로 적극 권장하는 등 사회정책 구조의 전반전인 의식 변화와 유기적인 통합을 위해 다면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국가의 출산 장려 정책이 미래세대의 동력원임을 인식해야 한다. 출산율 증가가 노동력이나 소비력 및 군사력 증대라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초국가적인 차원에서 창의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개발, 추진해야 하며 사회 전체가 공감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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