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것을 두고 한편에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집시법 제1조에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공공의 안녕질서’를 지나치게 소홀히 여긴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우리나라의 집회시위 문화가 일부 폭력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굴곡이 심했던 우리 역사의 흐름과 무관치 않고, 그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도 집회시위에 너그러운 입장을 취해왔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화의 성공과 수차례에 걸친 합법적인 정권교체를 통해 불법 폭력 시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한층 객관적으로 변했고, 이러한 풍토 속에서 평화적인 선진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어가고 있음도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집회가 야간에 개최된다고 해서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될 것이라 미리 예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시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고 군중심리가 고조되는 야간에 폭력의 가능성이 더 커지리라는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며, 야간 집회시위시 폭력행위가 주간에 비해 13.6배 높다는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야간 집회와 관련된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일부 주와 프랑스, 러시아에서는 야간의 평온유지를 위해 시간대별로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있으며 독일과 영국, 일본의 경우에는 야간집회를 허용하되, 일정시점 이후 주민의 평온을 저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강제 해산을 가능토록 하는 등 제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간 옥외집회는 절대금지 또는 절대허용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계층간 합의를 통해 국가의 안전과 또 다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어느 수준과 범위에서 제한할 것이냐의 문제다.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제10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도 이런 것일 것이다.

야간활동이 많은 우리 국민의 행동양식과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의의를 고려하면 저녁시간의 집회는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밤의 평온함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 갈 때 진정한 삶의 에너지가 나오는 국민의 행복을 감안하고 야간이라는 특수성과 군중심리에 의한 불법폭력시위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집회시간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집시법 개정안은 이러한 외국 사례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 수렴과 치안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규정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정치권의 조속한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시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서 경찰이 야간 집회시위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모든 집회시위는 법에 정해진 대로 보장하고 관리될 것이며,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행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는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르더라도 야간시위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판례상 명백한 ‘시위’에 해당하는 행진, 도로점거, 삼보일배, 고공농성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될 예정이다.

야간집회 허용으로 인해 집회시위를 관리하고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민주주의 사회의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에 근거한 집회를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와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책임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일종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경찰 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함께 평가하게 될 것이다. 야간 집회 참가자들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