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원 청주 성수당  한의원장

 

유달리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에서는 보양식의 문화가 발달해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보양의 계절 여름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삼계탕과 영양탕을 먹는다. 하지만 이렇게 보양을 중요시하면서도 의외로 우리나라에서는 보약을 봄가을에나 먹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러한 잘못된 속설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 나간다’는 잘못된 속설이다. 땀이 나는 것은 우리 몸이 체온을 식히기 위한 생리현상이다. 땀을 통해 우리 몸의 불순물이 빠져나가는 것이지 약성분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땀을 우리 몸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보았던 민간의 오해에 의해 생겨난 속설로 보인다. 혹시라도 이 말이 사실이라면 여름에 먹는 보양식 또한 같은 이유로 먹을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한편 혹자는 뜨거운 여름에 약을 다려야 하는 수고와 여름에 냉장이 쉽게 되지 않았던 시절에 보약 등도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여름철 보약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속설이라고도 본다.

오히려 여름철 보약은 우리 몸에 더 필요하다. 보약이란 우리 몸의 부족한 부분을 보하기 위해 먹는 것이다. 따라서 보약을 먹여야 하는 계절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땀을 많이 흘리고 무더위와 피로로 기혈과 진액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우리 몸에서 보약을 더욱 필요로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한약을 먹을 때 금기음식이 있는 이유는 무얼까. 한번이라도 한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다음에 다시 한약을 복용하기 꺼리는 것은 한약복용기간동안 금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한약에는 금기음식이 많은 것일까. 이는 치료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정 음식을 금기하는 이유는 첫째, 한약의 성질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약물의 성질이 따뜻한가 차가운가에 따라 치료효능의 차이가 있어 중요시한다. 예를 들면 따뜻한 성질의 약을 복용할 땐 지나치게 찬 음식을 먹거나 찬 성질의 약을 복용할 때 지나치게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둘째, 약을 복용할 때 함께 먹는 일부 음식물이 약의 대사속도에 영향을 줘 약의 효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약물 중 유효성분의 배설을 늦추는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몸 밖으로 배출이 늦어져 효과가 높고 배설을 빠르게 하는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배출이 빨라져 효과가 금방 사라질 것이다.

한약복용시 금기음식은 질병이나 약에 따라 종류가 매우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찬 음식, 익히지 않은 음식, 기름진 음식, 지나치게 맵거나 자극성이 강한 음식, 과음 등은 공통적인 금기음식이다.

이 금기는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한약 이론과 한의사들의 경험에 의해 이뤄져 온 것이므로 한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할 경우 한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현명한 복용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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