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당연히 ‘민심(民心)’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이었던 관중(管仲)은 “정치가 잘 되는 것은 위정자가 민심을 따르기 때문이고 잘 안되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기 때문”이라고 민심의 절대적 가치를 강조했다.

관중은 경제력 강화와 민생 안전을 도모해 부국강병을 꾀한 인물로, 제나라를 최대 강국으로 성장시킨 선진적이고 개혁적인 정치가로 평가받는다.

“백성은 고난을 원치 않으므로 군주는 백성의 고난을 덜어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백성은 가난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백성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백성은 뜻하지 않은 재난을 원치 않으므로 군주는 백성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백성은 가문이 멸망당하는 큰 재앙을 원치 않으므로 군주는 백성의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는 그의 권면(勸勉)은 정치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전개돼야 하는 지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행정의 합목적성도 이와 다르지 않다.

민심의 본질 헤아려야

민선 5기가 출범했다.

단체장들은 한 목소리로 권위와 독선을 버리고 낮은 자세로 주민을 섬기겠다고 한다.

취임식 간소화, 관사 반납, 급여 기부, 낮은 등급의 관용차 교체, 집무실 개방 등 ‘파격적’이거나 ‘친서민적’ 행보에 나서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상징적 행위가 4년간의 행정의 성패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무언가 다른 행정을 기대할 수 있는 동기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4년 전 민선 4기가 출범할 때도, 8년 전 민선 3기가 시작될 때도, 20년 전 지방자치가 부활될 때도 이같은 ‘선언’과 ‘약속’은 존재했었다는 점이다.

초심(初心)은 같되 끝까지 이를 지켜 존경과 신뢰를 얻은 단체장들도 있지만, 사리사욕과 독선에 함몰돼 민심을 저버린 단체장들도 적지 않다.

‘단체장 생각이 곧 민심’이란 오만과 착각에서 객관적 타당성 검증이나 사회적 합의도 생략한 정책들을 제멋대로 추진해 행정적·예산적 손실을 초래한 사례.

인사권한을 무기로 주민보다는 단체장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며 공직 내부의 파벌 조성과 줄세우기 행태를 만연시킨 사례.

지역발전과 주민 권익을 위한 시책사업으로 위장, 그릇된 부의 축적 등 사리사욕을 챙기기 급급했던 사례.

대중교통으로 시작됐던 관용차는 어느새 최고급·최신형 대형고급차로 바뀌어 있고, 개방했던 집무실은 평범한 주민은 얼씬도 못하는 ‘크레믈린’으로 변해버린 사례.

‘짐이 곧 법이요’라는 로마 군정 시절에나 허용될 법한 전횡으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사전적 의미를 ‘군주전제주의(君主專制主義)’로 왜곡·변질시킨 사례.

엄연히 존재하는, 기대와 신뢰가 실망과 절망으로 뒤바뀐 결과들이다.

경제를 우선하느냐, 복지를 우선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낮은 등급의 관용차를 타거나, 관사를 없애거나, 집무실을 개방하는 것도 그리 중요치 않다.

정치나 행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은 민심을 얼마만큼 헤아리고 이를 충족시키려 노력하는가에 있다.

단체장 개인이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가 아무리 창의적이고 개혁적인 사고(思考)라 할지라도, 그것이 민심에 반하거나 민심을 가르거나 민심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진행돼 온 정책의 적부(適否)는 단체장 스스로 판단·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역과 주민의 이익에 부합되는 지 여부로 판단·결정해야 한다.

변화와 개선을 통해 얻는 것이, 지역과 주민의 이익보다 적다면 이는 변화와 개선이 아닌 퇴보와 개악일 뿐이다.

예컨대, 관사를 없애거나 관용차의 배기량을 낮춰 절감한 예산보다 ‘간판’을 바꿔 달고 행정용 소모품의 양식 변경에 소요된 비용이 더 많다면 굳이 관사를 없애거나 배기량을 낮춘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선언이, 민선 5기를 마무리짓는 그날까지 유지되고 유효할 것이란 믿음과 기대를 갖는 주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전임 단체장들로부터 수차례 경험한 선행된 학습효과와 정칟행정에 고착된 불신과 무욕의 심리 효과 때문이다.

행정은 민심의 용해

개혁과 변화는 이러한 부정적 학습·심리효과를 타파하고 새로운 신뢰와 기대를 구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새로운 경험과 목도(目睹)를 통해 행정의 변화를 신뢰하고 끊임없이 요구하며 기대와 욕심을 가질 수 있도록 민심의 참여와 생동(生動)을 이끌어내야 한다.

민선 5기의 성패는 살아숨쉬는 민심이 행정에 용해(溶解)돼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관중은 정칟행정의 성공을 위해 말한다. “얻고자 하면 먼저 줘라.”

주민에게 요구하기보다 그들의 요구와 기대를 실현해 나갈 때 비로소 정치와 행정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천해 나가는 길이다.

민선 5기, 신선한 변화로 풍요와 번영과 융성을 춤추케 해 지역주민 모두가 신명나는 삶을 부여받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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