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김영재 < 사회부장 >
군대--김영재 < 사회부장 >
  • 충청매일
  • 승인 2010.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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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 축구협회장이 월드컵 원정 첫 16강을 이룬 23일 선수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병역면제 얘기를 꺼냈다. 조 회장은 “국내 월드컵에서도 16강을 갔을 때 병역혜택을 줬다. 원정 16강이 더욱 어려운 만큼 정부에 병역혜택을 건의하고 관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정무 감독도 “젊은 선수들이 병역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해외에 진출한 뒤 공익근무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 회장을 거들었다.

태극전사 병역혜택 발언 논란 불러

이와 관련한 기사가 인터넷포탈을 통해 보도되자 네티즌 사이에 찬반양론이 불붙었다. 대체로 반대의견이 많았는데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2009년 야구월드컵(WBC) 당시 4강에 오른 선수들은 병역혜택을 받지 못했는데 축구선수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어찌됐든 국방부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조 회장이나 허 감독의 발언은 말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군입대로 통용되는 병역은 국방, 교육, 근로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이다. 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있는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법으로 강제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항상 무슨 일이고 예외는 있는 법이다.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병역법 시행령은 체육관련 병역특례 대상을 올림픽대회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인 2006년 당시 제1회 WBC 4강에 진출한 야구대표팀에게 특례를 부여하는 조항을 추가해 야구대표팀이 혜택을 받았지만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2007년 12월 폐지됐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가장 비생산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으로 치부된다. 국가안위 보전 등의 필요성은 철저하게 배척된다. 그저 천문학적인 예산만 갉아먹는 집단일 뿐이다. 이 같은 가치왜곡은 군의 자업자득이다. 수십년간 군사정권을 겪으면서 그들이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채 정권유지의 도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군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 같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군을 따로 떼어놓고 일상사를 말할 수 없다. 징병제이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가족이나 친인척 중 누구 한 명은 반드시 연관을 갖고 있다. 어릴 적에는 제복을 입은 군인이 멋져 보였지만 당장 본인이 군대를 갈 시기가 되면 앞이 캄캄해진다. 지난해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 연설 중에 “군대가서 썩는다”는 말을 했다가 향군 등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과연 이게 국민정서면에서 볼 때 비판받을 말인가? 물론 국군통수권자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될 말이지만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 현재 군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장병과 그의 부모나 형제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 일듯 싶다.

우리나라에서 ‘내 아들이 반드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여기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리 군 생활이 나아졌다고 해도 남은 몰라도 내 자식만은 군대에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게 우리나라 보통 부모의 마음이다. 군은 노력의 대가도 적을뿐더러 특히, 살상무기를 다루는 특이한 근무환경으로 목숨을 담보해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다수는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병역비리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이 쏟아지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병역이 국민에게 큰짐인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천민 이외의 모든 신분에 병역이 부과됐던 조선시대도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신분을 속이거나 세탁했다고 한다. 얼마나 병역비리가 극심했던지 다산 정약용조차도 혀를 찼다는 얘기가 있다. 어떤 학자는 이 병역비리가 조선의 붕괴 원인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지금도 잊을만하면 병역비리가 터진다. 공교롭게 16강을 확정짓던 날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고의로 신체를 손상한 유명 가수 겸 배우가 불구속 기소됐다. 이전에도 병역비리에 연루된 연예인, 체육선수는 부지기수이다. 병역비리는 고질병인 셈이다.

현행 체육분야 특례마저 없애야

조 회장과 허 감독의 병역혜택 발언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미필 선수들은 얼마나 기대를 했었을까 보지 않고도 짐작할 수 있다. 체육계에서 군 입대는 곧 선수생명 끝으로 여겨지는 판에 비록 잠시나마 얼마나 마음이 설레였겠는가? 선수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우승을 했어도 병역혜택은 안 된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체육분야 특례도 없애야 한다. 조 회장과 허 감독의 즉흥적 발언은 협회와 팀의 최고 책임자로서 경망스러운 행동이다. 이들은 이 말을 하기 전에 현재 군인 신분으로 뛰고 있는 김정우를 생각했어야 했다.

간혹 고위층 자녀의 해외파병 자원, 연예인의 입대 등을 두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칭찬하는데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의 모병제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지만 징병제인 우리나라에서는 가당치 않다. 병역이 국민의 의무인 우리나라의 병역문제에 있어서는 ‘나쁜 놈’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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