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명의 중에 화타와 편작이 있는데, 그 중 화타의 일화를 보면 왕진을 가던 어느 날 화타는 강가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한 아낙네를 발견했다.

다가가보니 아낙네의 얼굴은 눈·코·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부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연유를 들어보니 풀을 베다 말벌에 쏘여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화타는 아낙네를 진정시키고 그늘진 바위에 있는 이끼를 한 줌 뜯어서 곱게 빻아 그것을 아낙네의 얼굴에 골고루 붙였다. 이끼를 붙이자 아낙네는 곧 고통에서 벗어났고 화타에게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아낙네가 화타에게 “지천에 널려 있는 그 흔한 이끼가 어떻게 훌륭한 보배임을 알았습니까?”하고 물어보자 화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지난 여름 뒷마당에서 서늘한 바람을 쐬며 거미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말벌이 날아들어 거미줄에 걸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미는 재빠르게 말벌을 거미줄로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말벌이 거미의 몸에 침을 찌르자 거미는 비틀거리며 거미줄에서 떨어졌습니다. 헌데 거미는 그늘진 곳에 있는 이끼 위로 기어가더니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거미는 다시 거미줄로 올라가 말벌을 공격해 잡아먹었습니다.”

화타는 거미의 행동을 보고 이끼의 습한 기운이 벌침이 가진 독의 화(火)와 상극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몸에 여러 차례 실험을 해본 뒤 이끼의 효능을 깨달았다는 고사가 전해져 오고 있다.

이처럼 화타는 뛰어난 탐구정신과 관찰력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는데 열과 성을 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생활의 발견을 통해 많은 치료법을 발견했고 병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귀하고 값비싼 약초만을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약재들을 응용하는데 힘을 쏟았던 것이다.

화타가 황달에 효험이 있는 황쑥을 두고 “삼월에 인진, 사월에는 잡풀”이라고 구절을 노래로 만들어 널리 알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