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현 당선자가 제천시청 입성을 앞두고 있다. 지방정치에 몸을 담근 지 5년 만에 차지한 꿈과 결실이다. 이번 선거는 선거 2∼3일을 앞두고 노(盧)풍과 민주당 역풍이 대단했다. 그는 굴하지 않고 선전을 펼쳐 충청남·북도 시(市) 단체장 중 유일하게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당당히 입성했다. 그는 2005년 제천시 민원과장을 끝으로 32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시장 출마의 꿈을 안고서 정년 5년을 앞두고 명퇴한 것이다.

최 당선자는 이번 시장 선거에서 거대한 바위와 힘든 싸움을 벌였다. 그 바위는 민주당 서재관 후보였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서 후보는 체급을 낮춰 이번 선거에서 제천시장에 출마했다. 학력이나 경력, 인지도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서 후보는 제천고와 고려대(법학과)를 나와 제천경찰서장, 충북 지방청장과 해양경찰청장까지 지냈으며 17대 국회의원까지 지낸 인물이다.

비 제천고 출신 불구 입성 성공

이에 반해 최 당선자는 제천농고(현 제일고)를 졸업한 후 제천시청에서 말단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사무관으로 정년퇴임했다. 그 후 대원대학(토목과)을 졸업했다. 이처럼 학력이나 경력, 인지도 면에서 월등한 차이를 딛고 제천시청에 입성한 것이다.

그는 공무원 시절 전부터 떡 벌어진 어깨에 걷는 모양도 일반 사람들과 달라 본인도 모르게 손가락질을 받아 왔다. 이번 선거 중반에도 지지율이 오르자 “벌써부터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는 인신공격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는 신체 불균형에 따른 힘든 심정을 처음 토로했다. 최 당선자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목이 짧고 어깨가 넓다. 이로 인해 걷는 모습이나 전체 인상이 운동선수 같아 ‘건달’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선거 전 민주당 노영민 의원이 제천을 찾아 같은 당 모 후보 개소식에서 그를 지칭하며 ‘골목대장’이라는 비하 발언까지 했다. 이처럼 그동안 본인의 신체 특성 때문에 말 못할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지역에서는 최 당선자의 시장 당선으로 특정 학연에 대한 징크스가 깨졌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동안 제천시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장, 광역·기초의원 등 대부분이 제천고 출신이었다. 송광호·서재관 국회의원을 비롯해 민선1기 권희필·엄태영 시장 등 모두 제천고 출신이다. 심지어 각종 봉사단체, 기관·단체장 자리도 제천고 출신이 아니면 차지하기 힘들었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제천농고 출신의 시장 후보는 있었지만 입성에 성공한 사람은 최 당선자가 처음으로, 모교의 한을 풀어줬다.

그는 황소처럼 우직한 성품과 끈질긴 근성을 가졌다. 최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황소를 캐릭터 삼아 거리 유세를 펼쳤다. 황소는 우직하면서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매력을 갖고 있다. 황소의 뿔은 중력을 이기고 하늘로 향해 뻗은 나뭇가지처럼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에게 있어 뿔은 일종의 무기 역할을 한다. 그중 황소의 뿔은 기독교에서는 성스러운 힘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소처럼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겠다며 황소에 자신을 빗댄 것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아니면 그동안 고생한 곤궁변수가 통한 것일까.

최근 최 당선자가 입성을 앞두고 현 엄태영 시장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그는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시가 벌여 온 각종 사업 중 예산 낭비성 사업이나 시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사업은 모두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북한 금강산 과수영농 지원, 연수타운 조성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또 600억원이 들어가는 용두천 복개하천 복원 사업도 지역경제가 흔들릴 위험이 있으니 다른 사업으로 대체하겠다며 백지화를 주장했다. 지역 발전에 실익이 없거나 민심에 반하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성급한 ‘전임자 흔적 지우기’ 자제를

이를 두고 일부 시민은 그의 행보가 너무 빠르고 절대적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지금 그의 입장에서야 하고 싶은 일들, 바꿔야 할 것 등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제천시 전역을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도 만났을 것이다.

지금은 선거로 인해 흐트러진 민심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그것이 승자의 몫이다. 갈등과 반목을 해소시키고 일심동체로 귀일(歸一)시켜야 한다. 시간이 된다면 비빔밥이라도 한 데 비벼 먹으면서 후보자 간의 위화감을 시익으로 수렴했으면 한다. 이제 엄 시장은 보따리를 싸야 한다. 보따리를 싸면 여태까지의 제천시정과는 청산이다. 반면 최 당선자는 보따리를 푼다. 무한한 역동이 펼쳐지는 것이다. 너무 급하게 서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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