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세계 최고 건각(健脚)들의 축제인 월드컵 축구 경기가 열려 화려한 발의 묘기를 주고 있다.

원시시대 인류는 신발을 신지 않고 거의 맨발로 지냈다. 그러다가 10만년 전부터 사막, 춥고 눈이 많은 툰드라(Tundra), 수천 거리를 걸어야 하는 초원 등 잔인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발이 등장했다. 초기의 신발 형태는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만들어져 짚신과 같이 발바닥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졌지만 단백질의 과잉 섭취와 교통의 발달과 더불어 신게 된 가죽신은 여러 가지 발 질환을 가져온 문명병이 되었다.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신체 부위지만 우리 몸의 주춧돌이며 건강의 기본틀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발을 “인체공학의 최대 걸작이며 최고의 예술품이다”라고 예찬했다. 하지만 걷기에 편리하게 만들어진 신발의 패션성이 강해지면서 기능성보다 디자인성이 중요시되어 무의식중에 발의 기능이 경시되고 있다.

신발 패션성 강해지며 발 기능 경시

신발은 사람의 차림새 중에서 가장 눈에 돋보이는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고대 국가에서 하층민들은 맨발로 지냈을 정도로 신발은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지위를 상징했으며 정치 성향과 종교까지도 알 수 있다. 이집트 사제들은 파피루스로 만든 샌들을 신고 가죽신을 거부했는데 이는 ‘죽은 동물 가죽’으로 자신을 오염시키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200년 전까지 중국에서는 어린 소녀나 여성의 발을 인위적으로 묶어 10㎝ 이상 발이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전족(纏足)이라는 관습에 이끌려 여성들의 발을 억압했지만 당시 중국 여성들은 작은 발을 선호했으며 이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뜻하기도 했다.

현대인에게 구두는 필수품이면서 특히 굽이 높은 하이힐은 여성들이 각선미를 추구하는 의지로 애용한다. 하이힐은 본래 남성의 신발이었다. 중세시대 궁정에서 비와 눈 그리고 오물에 옷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신발 굽을 높였다. 또한 키가 유난히 작았던 프랑스 루이 14세는 13cm나 되는, 왕족을 상징하는 자주색 하이힐을 자주 신었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하이힐은 17세기 서양에서 남녀 모두의 패션을 주도한 바 있다. 오늘날 미니스커트와 함께 패션을 주도한 하이힐은 각선미를 과시하는 데는 최고지만 남녀 모두 10~15cm 이상을 넘는 킬힐(Kill heel·까치발 구두)은 요통 유발은 물론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옆으로 휘는 질환)과 같은 발 변형의 직접적 원인인 족부 질환 발생과 팔자걸음 등 잘못된 보행 자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본래 거친 사막 행군과 기마병들을 위해 만들어진 부츠는 현재 여성 전용 패션이 되고 있다. 그러나 통풍이 잘 안 되는 부츠와 운동화의 경우 세척을 하지 않으면 세균 번식으로 발 질환의 원인을 제공한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평발과 무지외반증, 부츠로 인한 티눈과 발질환 때문에 백악관에서 부츠를 벗고 슬리퍼로 근무를 했다는 일화가 있다.

하이힐을 신지 않더라도 발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들은 한여름철에는 신데렐라처럼 멋진 샌들을 즐겨 신는다. 특히 여름철 여성들이 맨발로 신는 샌들과 여름용 부츠의 경우 땀 흡수가 안 되고 피부 각질층을 벗겨지게 만든다.

신발은 패션에 반영되어 우아한 의상, 장신구 등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여성들은 옷의 종류와 길이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스커트 길이가 짧을수록 발굽이 낮은 것으로, 롱스커트나 샤넬 스커트(Chanel skirt) 길이에는 중간굽이나 하이힐을 신고, 중간 정도의 길이 스커트는 평평한 구두를 신어야 어울리고 발이 편하다.

화려한 디자인·유행보다 실용성을

신발은 5cm 이하로 굽이 낮으며 앞이 뾰족하지 않고 발가락이 편하게 둥근 것과 뒷굽이 너무 높지 않은 것이 편하고 발 건강에 좋다. 중세시대 부유층들은 새 구두가 마련되면 하인에게 6개월 정도를 신겨 길들인 다음 신어 물집·굳은 살 발생을 막고 발꿈치와 발가락 등을 보호했다고 한다.

부득이하게 하이힐을 신을 경우 장시간 오래 서 있거나 근무 중에는 낮은 신발로 갈아 신어야 한다. 또한 매일 높은 신발만 신지 말고 자주 번갈아 가면서 교체를 해주는 것이 발 건강에 좋은 것이다.

발이 편해야 몸도 편하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짚신과 족욕을 통해 발 건강을 관리했다. 우리는 지난날 보릿고개 시절처럼 검정 고무신이 국민 신발을 대표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다양한 신발 상품이 넘쳐나는 요즈음 평상시 발 관리는 물론, 화려한 디자인과 유행성 보다 실용성을 신중히 고려하여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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