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읍과 금왕읍의 중간 쯤에 ‘단비고개’라는 뜻을 가진 감우재가 있다. 이름이 가지는 따뜻함 뿐만 아니라 감우재는 6·25 전쟁 최초 승전지라는 영광을 역사에 기록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이다. 그러나 요즘 감우재는 적의 남하를 저지한 최초 승전지라는 의미보다 음성의 소지역주의를 상징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든 선거로 인물을 뽑든 먼저 감우재를 기준으로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살피는 지경에 이르렀다.

6·25 첫 승전지, 음성 소지역주의 상징으로

이는 그동안 주민들을 선동하고 선거에 이용한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인구 9만명도 안 되는 작은 고을에서 氷炭之間(빙탄지간·얼음과 숯 사이란 뜻으로 화합할 수 없는 사이)을 연상시키며 四分五裂(사분오열)되는 모습에 참담함까지 느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음성군수에 당선된 이필용 당선자에게 소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균형 발전은 가장 큰 군정 과제가 될 것이다. 烹頭耳熟(팽두이숙)은 머리를 삶으면 귀까지 삶아진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중요한 것을 해결하면 나머지는 자연히 해결된다는 의미로, 감우재를 중심으로 엮인 소지역주의를 극복하면 나머지 군정 현안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감우재가 고개 너머 이쪽과 저쪽을 말하는 소지역주의를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된다면 더는 음성군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감우재가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한 어떤 대형 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사업의 타당성이나 효율성보다는 이쪽에 하느냐 저쪽에 하느냐로 갈등을 겪게 될 것은 明若觀火(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당선만 되고 보자는 의도로 ‘감우재 저쪽에서 당선되면 군청이 금왕으로 이전된다’, ‘이쪽에서 당선되면 저쪽 출신 공무원이 인사 불이익을 받는다’며 胥動浮言(서동부언·거짓말로 민심을 선동함)하는 정치인이 다시는 발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지역 감정이나 지역주의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남부와 북부의 경제적 차이로 인한 지역감정이 있고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지역감정은 존재한다. 심지어 아프리카 등에서는 지역감정 차원을 넘어서 전쟁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지역감정에 의한 갈등은 우리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이념이나 종교 등의 문제로 인한 갈등이 아니라 음성처럼 조그만 지역에서 선거에 이용하려고 분열을 책동하는 얄팍한 꼼수는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감우재가 지리적 경계가 아닌, 소지역 간의 갈등을 상징하며 선거 때마다 망령처럼 나타나는 현상은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 없이 결과로 나타났다. 이 당선자는 출신 지역인 금왕읍에서 58%의 득표율을 기록하였고 생극면 53%, 감곡면 50%를 얻었지만 소위 ‘감우재 저쪽’이라는 음성읍에서 24%, 소이면 19%, 원남면 21%에 불과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이 당선자가 군정의 최우선 과제를 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지역 화합에 둬야 할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민선자치 초기에 유리한 교통 여건으로 기업체 입주가 증가하며 금왕읍, 대소면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군수가 감우재 저쪽 사람이라 저쪽 지역만 키워주고 있다’, ‘저쪽 지역 공무원은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최근 들어서는 반대 지역의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이런 말들이 어느 정도 사실이었던 경우도 있었고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만들어 활용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감우재를 중심으로 한 소지역주의 극복과 함께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지역의 발전을 촉진하는 균형 발전 노력으로 주민들의 소외감 해소에도 노력해야 한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저쪽 모습과, 군 소재지인데도 오후 9시만 되면 상가에 불이 꺼지는 현실을 바라봐야 하는 음성읍 주민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 모든 지역이 다 같이 발전하면 소지역주의는 자취를 감출 것이고 이와 함께 주민들의 소외감 및 피해의식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역발전 최대 걸림돌… 최우선 해결 과제

경상도와 전라도의 뿌리 깊은 지역감정 못지 않게 감우재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음성의 소지역주의는 분명히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인구 9만명도 안 되는 작은 지역에서 이쪽 저쪽을 나누고 여기에 다시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지는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이 군수 당선자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당선자는 기쁨에 앞서 겸허한 장부의 금도(襟度)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 더 어렵고 고독한 나날이 눈앞에 놓여있다. 약속한대로 주민들을 위한 봉사의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태생국가 산업단지, 농산물 유통센터 정상화 등 국가 중요한 시책을 이루려면 4년이 짧을지도 모른다. 주민들은 이 당선자가 주민과 손 잡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길 기대하고 있다. 서민경제와 농촌의 어려움, 사회에서 소외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을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 당선자는 안정된 행정이 효율성 높은 행정을 이끌어 가는 역동적인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감우재에 소지역주의의 상징이라는 망령이 아니라 6·25 최초 승전지라는 역사의 영예를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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