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를 뿜던 6·2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했다. 우리나라는 삼한시대부터 선거제도가 있었으나, 목민관은 중앙집권체제가 확립된 이후 중앙정부에서 임명했다.

오늘날과 같이 국민이 직접 선거를 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과 같은 제도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삼한시대 마한에서는 제사를 주관하는 천군(天君)을, 진한에서는 부족의 수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았다. 이러한 제도는 삼국시대로 이어져 백제는 재상을 뽑는 정사암(政事巖), 신라는 화백회의(和白會議), 고구려는 제가회의(諸加會議), 고려시대에는 도당회의(都堂會議)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고려의 제도와 유사한 도당회의와 중요 관직을 뽑는 권점(圈點)이 있었다.

국민 선거, 대한정부 수립 이후부터

그러나 이러한 옛 제도는 국가 최고의결기관이며 귀족 또는 백관회의의 성격을 지녔다. 또한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한 조선시대 때 공공사무를 의결하며 유교윤리에 의해 향촌질서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됐던 향촌의 자치규약인 향약(鄕約)과, 고종 32년(1885) 향회(鄕會)의 군회·민회·리회는 근대적 의미의 지방자치제도로 볼 수는 없지만 주민의 의사를 묻는 제도였다.

향회제도는 일제시대 식민통치를 위한 관치(官治)의 도구며 도, 부, 읍회를 둔 평의회 자문기관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보통 선거제도가 도입된 것은 1948년 5월 10일 미군정에 의해 실시된 제헌국회의원 선거 때부터이며, 지방자치 의원 선거는 1952년 4월 25일에 실시한 시·읍·면의회 의원 선거가 처음이다.

정치인은 민심을 전달해 보다 나은 정책이 집행되도록 해 주민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게 하는 매개자이다.

조선 말기 실학자 혜강 최한기는 그의 저서 ‘인정(仁政)’ 선인문(選人門) 편에서 “세상의 근심과 즐거움은 선거에 달려 있다(天下憂樂在選擧)”고 해 “어진 자를 뽑아 바른 정치를 하지 못하면 모든 백성들이 근심과 걱정으로 지내게 된다”는 뜻 깊은 말을 남기고 있다.

또한 혜강은 “만인 중에서 특별히 한 두 사람을 뽑을 때 온 세상이 다 놀라는 것은 잘 된 선거가 아니고 만백성이 다 신복하는 것이 잘 된 선거이며, 그 당류(黨類)들만이 잘 됐다고 칭찬하는 것은 잘 된 선거가 아니고 어리석은 사람들까지 다 칭찬하는 것이 잘 된 선거”라고 말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함에 있어서 후보자들의 장(長)에 대한 충성이나 소속 당파보다는 인품과 실력을 보고 현명하게 선택하라는 의미이다.

선거 결과 공명정대한 지도자는 주민들 스스로 찾아서 뽑은 것이기에 이번에 당선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은 초심의 자세로 주민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진실한 마음을 지니고 열정을 바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고대에서 오늘날까지 중앙과 일부 목민관들은 특히, 선거 이후 나타나는 논공행상과 무소불위의 권한 남용은 패가망신을 당함은 물론 그를 선택해 준 유권자에 대한 배반이라는 고금의 고사를 명심했으면 한다.

지방자치 위정자들은 출세나 치부, 매관매직 등 사리사욕에 현혹되지 말며 도덕성을 지니고 주민을 위한 선정을 베풀어야 한다. 또한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발전을 신속하게 수용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개방적 사고의지를 지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자신과 경쟁했던 후보자들에 대한 포용과 타협으로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독선이 아닌 양보와 미덕을 발휘해야 질서정연한 대동사회를 실현시킬 수 있다.

부정부패, 예나 지금이나 자멸 초래

조선 헌종 때 지방감사가 되려면 무려 5만냥을 바쳐야 임명됐듯이 오늘날 서기관 한 자리 승진하는데 5천만원의 뇌물이 오갔다 폭로돼 기초단체장이 승진과 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은 “행정의 주체는 백성이고 위정자의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므로 행정은 백성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고 매관매직의 악폐를 규정했다. 예나 지금이나 부정부패는 자멸을 초래한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이다. 인맥보다 원칙과 능력에 따라 심사숙고해 지혜롭게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으면 신뢰를 잃어 행정력을 재대로 발휘할 수 없으며 이는 곧바로 주민의  피해로 이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기초단체장은 청렴결백한 목민관의 자세로 임하고 지방의회 의원들은 정책 수행을 견제해 주민들과 더불어 고통과 행복을 나누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길로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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