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누군가에게 공짜로 무언가 제공돼 그 사람의 일부가 된 다음, 얼마 후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 사람은 그것을 손실로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에서 나가는 비용은 손실로 인식하는 반면, 기회비용은 포기한 이득으로 봐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가 구매를 한 다음 일정 기간 사용해 본 후 반품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이 있다. 이 전략은 반품 제도를 믿고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쉽게 내리도록 해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이점과 일정 기간 내에 반품하는 고객이 의외로 적다는 점에서 자산효과를 십분 활용한 마케팅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즉 고객이 반품 기간 동안 제품을 사용하면서 그 제품이 주는 효용에 익숙해지면 자기 자산의 일부로 간주하게 된다. 따라서 이미 자신의 일부가 돼 버린 제품 반환은 마치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비용이 지출되는 것 같아 환불 받게 될 금액보다 더 큰 손실을 느끼게 돼 반품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자산효과와 비슷한 심리적 현상으로 매몰비용에 대한 집착이 있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지출해 버렸기 때문에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때로 사람들은 이미 지불해 버린 이 매몰비용에 연연해 합리적인 결정을 유보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본전 생각’ 때문에 처음의 결정을 중단하지 못하고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은 대출을 해 준 기업이 경영 상 어려움을 겪으면 추가적인 대출을 허용해 대출금을 회수하기를 원한다. 이 추가 대출금은 그 기업이 회생을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투자이지만 만일 망하게 된다면 최악의 투자가 될 것이다. 즉, 은행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게 이미 대출해 준 금액을 떼일까봐 두려워서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대출을 허용하는 것이다.

은행이 어려운 기업에 추가 대출을 하는 데는 이미 대출해 준 금전적 비용만이 매몰비용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은행과 기업은 대출과 이자를 포함한 대출금 상환을 통한 장기간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다. 은행이 포기하기 어려운 매몰비용에는 이런 값비싼 신뢰와 우호적 관계도 포함된다. 따라서 은행이 추가 대출을 중단하고 대출을 회수한다는 것은 그간 쌓은 신뢰와 우호적 관계를 같이 잃게 되는 것이다.

은행 대출 책임자의 의사결정 태도를 조사한 한 연구에 의하면 대출업무를 승계 받은 사람보다 맨 처음 대출을 승인했던 책임자가 오히려 추가 자금을 대출해 주려는 경향이 높았다. 이는 자신이 과거에 내렸던 결정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속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북 ‘햇볕정책’은 노무현 정부가 ‘포용정책’으로 포장을 바꿔 지속해 갔다. ‘햇볕정책’이란 남한이 북한에게 조건 없이 물질적 지원을 하고 긴밀한 경제 협력을 함으로써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며 북한의 경제 발전과 개방적인 체제로 전환을 유도해 남북 통일에 필요한 여건을 단계적으로 만들어 가는 진보 진영의 통일 정책이다.

조건 없이 퍼주는 ‘햇볕정책’에 많은 국민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남북 간의 경제 협력과 지원 명목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지출해 왔다. 이렇게 지출된 천문학적인 금액은 이미 매몰비용이 돼 우리 정부 대북 정책의 전략적 유연성을 훼손하고 있다.

최근의 천안함 사건 이후로 정부는 대북 정책에 변화를 가져왔다. 주변의 상황이 변하면 언제라도 정책을 바꾸는 일은 당연하다. 우리 정부가 이 매몰비용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대북 전략을 수립할 수 없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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