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주민들은 살맛나는 세상이 왔음을 경험하게 된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지역 정치인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주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고백하니 말이다. 이러한 지방 정치인들의 마음가짐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지방자치란 지역 주민들이 지방의 정책 과정에 참여해 지역의 균형 발전과 주민 복지 증진을 추구,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치행정제도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핵심 이념인 주권재민(主權在民)을 실천하는 과정으로,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첫걸음이다.

지방선거, 약간의 아쉬움 남기고 끝나

헌데 지방선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유권자들은 아우성이다. 아무리 국가예산(선거비용) 절약도 좋지만 한 사람이 여덟번을 기표해야 하는 선거제도가 공급자 중심 행정 운용이란 비판이 있다. 그래도 주민들은 도지사,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정당 비례대표(도의원, 시·군의원) 선거를 했으니 참으로 대단하다. 투표율도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 높게 나타났으니 지방자치 정착에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된다.

선거에 임한 후보들도 나름 최선을 다 했다. 거리에서 율동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정책으로 지지를 호소하거나, 식당가에서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를 듣는 모습을 보면 분명히 금권타락 선거풍토가 사라지고 희망의 공명선가가 이뤄져 가고 있음을 실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지방선거의 한계를 드러낸 6·2선거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각 당의 공천 과정에 투명성과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고 정당 충성도에 따른 공천이었다는 주민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또한 선거운동 기간에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금권선거’, ‘상호비방’. ‘폭력선거’라는 과거의 구태의연한 뉴스가 우리네 귓전에 들려왔던 점은 아직도 공직선거문화 정착이 요원함을 체감케 하기도 하였다.

이제 유권자의 선택은 끝났다. 정책과 소신으로 달려 온 당선자 여러분을 축하한다. 민주주의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정치인, 이를 인정하는 유권자가 서로 화합할 때 더욱 성숙된다. 따라서 필자는 지방선거 당선자, 낙선자, 정당, 유권자들께 화합과 타협으로 자치단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 만들기에 주력해주십사 당부하고 싶다.

먼저 유권자들에게 당부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있었던 지지자 간 불미스런 일들은 지방자치 발전의 기회비용으로 생각하고 화합으로 승화해야 한다. 내가 찍은 후보가 떨어졌다고 낙심하지 말고 민주주의 원리로 돌아가 당선자에게 마음의 축배를 제의하자. 또한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됐다고 자위하지 말고 냉철한 비판과 헌신적인 후원으로 당선자가 지방정부 발전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임기가 다 하는 날까지 주민 된 도리를 지켰으면 한다.

다음으로 지방 정치인에 당부한다. 지역을 놓고 보면 세종시 문제로 중앙정부와 싸워야 할 진용이 갖춰진 셈이고, 그간 주민께 제시한 공약의 실천을 위해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지방인의 이해와 무관하게 당리당략의 관점에서 선거기간 내내 대립각을 세워 생긴 주민 간 갈등이 잠재해 있어 이를 풀어갈 해법도 고민해야 한다. 모쪼록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갈등과 반목의 씨앗들은 합리적 해결 과정을 통해 조속히 매듭 짓고, 정책토론회에서 제기된 상대 후보의 좋은 정책공약을 포함한 지방정부운용 청사진을 만들어 새로운 4년 출범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출발의 화려함보다는 주민의 평가를 두려워 할 줄 아는 지방 정치인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순간의 인기보다는 아프고 쓰라려도 정도를 걷는 지도자, 달콤한 공약 집행으로 주민의 인기를 즐기는 지도자보다는 진정으로 우리 지역의 미래를 설계해 한국의 중심·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행정철학을 가지며 슬기롭게 지방정치를 해 줄 지도자로 말이다.

결과 인정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지방정당(정치권)과 사법당국에도 할 말이 있다. 주민 간 사소한 선거사범의 경우 주민 화합의 방향으로 조속히 매듭져야 하지만 선거 막판에 일어났던 흑색비방, 금권선거 문제 등은 사법당국에서 철저하게 수사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결과를 유권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매번 선거 막판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혼탁선거를 막아낼 수 있다.

이제 민선5기 지방자치의 서막이 올랐다. 지방자치의 성숙은 당선된 지방 정치인들만의 몫은 분명 아니다. 자치단체장과 의원, 그리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형 지방정부 운영체제를 갖출 때 가능하다. 선거 과정 참여, 결과에 승복, 견제·균형의 지방정부 운영은 유권자인 주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무엇보다도 6·2 지방선거의 표심을 정확히 읽고 지방자치시대를 만들어 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주민 간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용와 승복으로 새로운 지방자치시대를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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