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서 서예가 장학진 개인전

   
 
  ▲ 1. 서예가 장학진 2. 작품 '꿈' 3. 도자기 낙관  
 

붓끝을 좇아 인생의 여백을 채워온 이가 있다. 붓에 살고 붓에 죽는 서예가의 30년 진한 묵향을 담아 인고의 서예인생을 말한다.

수많은 인생의 길 가운데 서예가의 길을 선택한 그는 붓질인생 30년을 기념해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140여점의 서예와 서각, 도자기 낙관을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꺼내놓았다.

오는 4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2층 대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紙·陶·木(지·도·목) 그리고 붓질 30년 호연재 장학진전’의 서예가 장학진씨가 주인공이다.

‘내 생애 첫 전시이자 마지막 전시’라고 말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의 다소 파격적인 새로운 시도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편평한 뽀얀 화선지에 한글과 한자를 써내려간 서예 작품부터 그가 발명 특허를 받은 입체문양선지에 새겨넣은 글씨들, 돌출형 입체문양선지를 활용한 글씨, 도판위에 쓴 서예, 도자기·황동 낙관 등 서예와 서각을 오가며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그의 서예인생은 두 스승의 가르침이 근본이 됐다. 서예를 사사한 고 우송 이상복 선생과의 30년과 서각을 사사한 고 동림 오국진 선생과의 25년 가르침을 받은 그는 스승을 그리워하는 맘으로 단 하루도 게으름없이 오직 한길만을 걸어왔다.

그래서 인간문화재 금속활자장이셨던 오국진 선생이 복원하신 직지 활자를 활용해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紙·陶·木(지·도·목) 그리고 붓질 30년 호연재 장학진전’의 글씨를 표현했다.

매일 새벽 5시부터 하루종일 서실에 틀어박혀 글씨와 씨름하던 그는 대한민국 서예전람회 연 특선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예고시대전우수상 수상 초대작가 등 수많은 수상 실적을 기록했다.

서예에 푹 빠져 살고 있던 그에게 새로운 분야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글씨를 밋밋하게 쓰는 것보다 폼나게는 쓸수 없을까’하는 생각에 입체문양선지를 발명해 발명특허까지 받았다.

여기에 우연한 기회에 흙을 주물러 만들다 착안된 도자낙관을 실용화했고, 최근 연구한 황동을 이용한 낙관을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도자낙관은 백자토 성형을 2일동안 한후 2개월 정도 완전히 말리고 초벌한다. 실금이 잘 생겨 성공률이 60%라고 한다. 표면을 필요한 크기로 갈아낸 다음 인고를 파고 유약을 바르고 재벌 후 25시간 정도 지난 뒤 완전히 식혀 전사지 순금 봉황을 붙인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금이 다 타버리고 너무 낮으면 금이 떠버려 만들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2년에 걸쳐 실용화에 성공하고 세상에 선보여 서예의 또 다른 분야를 그만의 기술과 손길로 개척하고 있다.

그는 또 이번 전시를 통해 전업 서예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지난 30년간 국전 및 각 시·도 공모전 그리고 각종 초대전에 출품되었던 족자작품 220여점을 사진 한장 남기지 않고 미련없이 태워 버렸다.

장 작가는 “너무 어려워진 전업 서예인으로서의 반항인지 아니면 지난 30년간의 부끄러운 과거를 없애 버리려는 소심함 때문인지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인터넷에서 몇 만원에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 선택이 더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 태웠다. 큰 집 한채 값을 태우는데 불과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슬며시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며 “점점 설자리가 없어지는 전업 서예인들이 한 작품을 완성하기위해 몇 십장, 몇 백장, 몇 천장을 써야 나오는 한 작품의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되고 있는 지금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서예의 진한 묵향을 버리지 못했다. 오늘도 내일도 붓을 손에 놓지 않고 죽을때까지 서예와 함께 생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한편 전시와 함께 작품 하나 하나에 새겨진 문구에 대한 그의 생각과 사상을 적어 완성한 도록도 판매중이다. 장학진 서예가는 경기대 전통예술대학원 서예과를 졸업하고 96년과 97년 국전 연 특선 초대작가와 충북미술대전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서예·서각 전담교수, 도자기 낙관 및 서각 연구원 주재, 개인서예학원을 운영중이다. (☏011-9829-0545·043-235-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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