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조금 모자라게 살아가는 처세 철학으로 구푼철학(九分哲學)을 터득하며 살아 왔다. 그 내면을 살펴보면 세력은 남김 없이 부리지 말고 밥은 배불리 먹지 말라고 했다. 또 복은 남김 없이 누리지 않고 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화를 멀리하고 복을 누리는 길이라 가르치고 이를 실천해 왔다.

조금은 모자라게 살라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욕심이나 돈, 권력, 명예 등을 적당히 자제해야지 가득 채우려 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이치인 듯싶다.

조금 모자람이 이치다

민선 4기 들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경찰과 검찰에 줄줄이 불려가고 구속되는 등 온통 구린내가 진동한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민선 4기 들어 전국 230개 기초단체장 중 비리와 뇌물수수 등의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은 전체 47.8%인 110명이나 된다고 한다. 충북도내에서도 사전선거법 위반과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자치단체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창희 충주시장에 이어 박수광 음성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잔여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군수직을 상실했다. 이어 김재욱 청원군수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군수직을 잃었다.

한용택 옥천군수는 청원경찰 채용과 인사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쯤에서 조용해지나 싶더니 지난 19일 이향래 보은군수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군수는 공무원(기능직) 채용과 골프장 건립과 관련해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구속돼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또 김호복 충주시장도 지역 일간지 기자 등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이 수사 중이다.

충북도내 자치단체장 가운데 절반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거나 구속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각 자지단체는 행정 공백을 초래하고 힘 없는 주민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 착잡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지방의회도 믿을 수가 없다. 행정 감시와 견제를 하고 시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으로 감시 시스템 역할 좀 하라고 뽑아 줬더니 제 욕심만 채우는 허튼 짓만 골라 하고 있다.

충주시의회는 지난해 향락 해외연수 파문과 국고보조금 횡령, 음주운전 등 각종 폐해를 저질러 지탄을 받았다.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나 싶더니 올해 슬그머니 수천만원의 해외연수 비용을 세웠다고 하니 누굴 믿겠는가. 시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 냄새나는 시궁창으로 줄줄 새고 있는 꼴이다.

제천시의회도 폐기물 업자에게서 금품을 받아 현직 시의원 2명이 구속되고 몇 명의 의원과 주민 등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민자치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하겠다며 출발한 지방자치가 토착비리 천국을 키운 꼴이 되고 말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처럼 각종 비리와 위반으로 얼룩진 인물들이 이번 6·2지방선거에 또다시 출마했다니 정말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 주민들을 무시한 파렴치한 행동이다.

단체장이 지녀야 할 제일 덕목은 도덕성이다. 우리나라는 유교가 가장 발달된 나라다. 그 유교의 첫 번째 실천 덕목도 도덕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거는 잘난 인물보다 도덕지수(MQ)가 높은 인간이 주목을 받을 성 싶다.

공자는 군주의 3대 요건이 식량을 충분히 하고 병비를 튼튼히 하며 백성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 세 가지 요건 중 불가피하게 버려야 하고 병비를 더 버려야 한다면 식량을 버리지만 결코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신뢰라고 했다.

맹자는 이상적인 군주의 자격 조건으로 천시(天時)와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강조했다. 이 중 천시보다는 지리를, 지리보다는 인화가 중요하고 인화는 도덕을 준수해야 이뤄진다며 도덕정치를 강조했다.

이상적인 군주의 자격 조건

지방자치란 주민 스스로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삶의 질과 주민 복리를 결정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역의 자치단체에 비리가 만연하면 결국 골탕 먹는 것은 주민들 뿐이다. 이번만큼은 본인 삶의 질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 지역 일꾼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비리 개연성이 있는 후보는 지역사회에 완전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도태시켜야 한다.

아님 이참에 각 자치단체 입구에 백성들이 억울함을 고할 때 치는 간고(諫鼓)를 매달고 임금의 잘잘못을 비판하는 글을 써 붙이는 비방목(誹謗木)이라도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