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적으로 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냉철하게 접근해보면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나 이들의 움직임에 민감한 언론 등에서만 그 열기를 감지할 수 있을 뿐, 정작 유권자들 사이에선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 열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무얼까. 본질을 벗어난 왜곡된 지방자치의 진행(進行)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는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구성원인 지역주민의 직접 또는 간접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지자체 자신의 권능과 책임하에 자기의 기관과 재원을 토대로 지역의 공공사무를 자치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 7월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지방자치제가 태동했으나, 5·16군사 쿠데타로 폐기됐다가 수십년이 흐른 1990년 민주화 열기 속에서 부활을 맞게 된다.

지방자치 부활 당시, 주민의 참여를 근간으로 한 진정한 자치제의 부활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론 제도를 수행할 수 있는 주민의 역량과 참여의식 등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적 선진화·민주화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우려는 지방자치체 부활 10년이 넘은 현재, 지역주민이 목도하고 체감하는 현실적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방행정이나 지방의정을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이나 능력, 도덕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채, 학연·지연·혈연 등에 편승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출현을 방관한 탓이다. 정치권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공천권을 찬탈하면서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를 초래, 지방자치의 본질과 가치를 훼손해 온 것도 사실이다.

결국 지방자치는 주민의 직·간접적 참여는 실종된 채 특정 집단이나 세력, 정치 조직이 좌우하는 세 대결의 장으로 변질했고 주민은 그들의 선전과 선동에 미혹돼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박탈당한 채 허수아비로 전락한 꼴이다.

이같은 지방자치의 변질과 왜곡은 지방자치 관련 비리의 창궐의 빌미로 작용한다. 자질과 능력·도덕성 면에서 ‘함량 미달’이거나, 정치권의 ‘거수기’에 불과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수행하는 지방행정은 부정부패와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감염돼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현재까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비리 건수를 살펴보면, 단체장의 경우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된 건수가 민선 1기 23명에서 민선 2기 59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민선 3기 78명, 민선 4기 94명(2010년 3월 현재) 등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방의원도 마찬가지로, 민선 1기와 민선 2기에 각각 78명과 79명이 사법처리된 데 이어 민선 3기에는 262명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민선 4기엔 395명, 민선 5기 211명 등(2010년 3월 현재) 해마다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적발되지 않은 이권 개입이나 인사 비리 등을 포함하면 지방자치는 ‘복마전’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당공천제 등 정치권의 지방자치 개입도 이러한 부정부패를 초래하는 큰 요인이다.

중앙집권적 정칟행정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인 데, 중앙정치권이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공천권을 갖는다는 자체가 모순이며 병폐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유권자들이 적극 참여하고 감시하고 철저히 검증하면 이같은 지방자치의 병폐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론 부합되지 않는 이론적 가치일 뿐이다.

이번 지방선거만 봐도 그렇다. 단체장을 제외한 지방의원, 특히 기초의원 가운데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도덕성 등에 대해 검증하고 투표할 유권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각종 여론조사 등을 분석해보면 ‘이름 정도는 들어본 것 같다’가 후보자에게 가장 접근한 답변이다.

투표율이 50∼60%대에 머무는 것도 지방자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무관심을 대변하는 잣대다.

이처럼 유권자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진행되는 지방선거 비용으로, 주민의 참여와 감시가 실종된 지방자치 운영으로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비리, 개인의 영달을 위한 중도사퇴 등으로 재선거나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이 또한 주민의 부담이다.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야기되는 주민 갈등과 분열 등 사회적 혼란도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다.

과연 이러한 부작용 투성이인 지방자치를 언제까지 민주화의 견해에서 수용하고 좌시해야 하는가.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고, 개선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역주민 다수가 지방자치의 폐단과 부작용을 지적한다면, 지방자치는 더 이상 민주·민본의 기초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해될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제도적 장치다.

야기될 수 있는 우려들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철저히 운영하면 된다.

인사나 예산, 행정체계 등에 주민이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지금같은 선출방식이 아니어도 지방자치의 본질과 가치를 대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라면 차라리 과감히 폐지하는 것이 지역사회와 주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훨씬 효과적일 것이란 주장이다.

일부 집단과 세력으로부터 당연히 예상되는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고 이같은 주장을 공론화하는 이유는, 주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동의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선진적·민주적 제도라는 이유만으로, 지금같은 병폐와 오류를 언제까지 제도 정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단언컨대, 현재까지의 지방자치제는 ‘시행착오’가 아닌 ‘검증된 실패’다.

지방자치제도를 근본적으로, 총체적으로 다시 해석하고 판단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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