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46명의 장례식이 지난주 치러졌다. 국가애도기간까지 정해져 지는 등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언론은 지금도 연일 천안함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혹시 금양호를 기억하는가? 정확한 명칭인 ‘금양98호’는 천안함 침몰사건 현장에 투입돼 실종자, 부유물 등의 수색에 나섰던 저인망 쌍끌이 어선이다.

수색 중 날씨로 인해 피항하다 캄보디아 국적 화물선 타이요호와 부딪쳐 대청도 서쪽 54㎞ 지점에서 침몰해 선장을 포함한 선원 9명 중 김종평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람방 누르카효씨의 시신만 발견됐다. 나머지 7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이다.

천안함에 가려진 금양호. 간간이 일부 진보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금양호 소식을 들으면 죽음의 가치가 어떻게 매겨지는 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금양호 선원들은 국가의 요청으로 수색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들의 사망과 실종으로 유가족이 고통받을 하등의 이유도 없다.

하지만 국가가 이들에게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금양호 선원들의 죽음은 한마디로 개죽음으로 표현해도 무방할 듯싶다. 오죽하면 가족들이 해양경찰서에서 점거농성하고 총리실을 항의방문까지 했을까. 오히려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다 죽은 천안함 장병들보다 이들이 더 대우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 후 정부는 즉시 전국에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대통령은 사망·실종자 46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총리도 눈물짓고 많은 정치인도 슬픔을 나눈다고 했다.

그러나 금양호 침몰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다. 게다가 정운찬 총리는 금양호 선원 유족들이 총리실을 방문해 면담을 요구했지만 만나주지 않았다.

정운찬 총리가 지난해 11월 부산 사격장 화재로 일본인 관광객이 죽었을 때 부산으로 달려가 그들 유족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에 견주어 볼 때 자국민 유족에게 어찌 이렇게 매정할 수 있나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말은 최고 예우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최고 예우인가.

정치권이나 정부가 금양호에 대한 무신경은 이용가치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이 선거정국이니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이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등이 천안함 장병 합동분향소에서 사진을 찍어 재빨리 개인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에서 금방 알 수 있다.

온 국민의 눈이 천안함에 쏠려 있는 상황을 눈치 빠른 정치권이 모를 리 없다.

천안함으로 인해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이명박 대통령 독도발언 보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좌파스님 발언, 4대강사업 논란 등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 모두 정부여당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찜찜해하는 것들이다.

만약 천안함 사고가 나지 않고 금양호 침몰사고만 났더라면 그나마도 지금과 같이 간간이나마 언론에 보도되는 게 아니라 아예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금양호 단독사고는 천안함처럼 영양가가 없으니까 말이다.

모든 것을 선거와 연관짓는 정치인들이 금양호를 관심 밖에 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한 코미디프로에서 나오는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대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논란을 빚었다.

국영방송에서 그런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코미디프로 대사를 놓고 국회에서 갑론을박하는 자체가 우습기려니와, 굳이 그 프로를 문제삼으려면 같은 코너에서 매번 등장하는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줬느냐” 대사를 정부의 금양호 처리 자세에 빗대어 했더라면 국민적 공감을 불러왔을 터였다.

정부가 뒤늦게 금양호 선원들에게 의사자에 준하는 예우를 하기로 했다. 정운찬 총리가 지난주 금요일 천안함사고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양호 선원들의 고귀한 희생과 가족들의 크나큰 슬픔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예우를 다하겠다며 의사상자심의위원회 등 절차에 따르겠지만, 그 전이라도 의사자에 준해서 필요한 후속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 두고 볼일이다.

천안함 희생자 46명의 이름을 부른 대통령이든, 아니면 총리든 누가 됐든 지금이라도 금양호 사망·실종 선원 9명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참 의미를 짚어야하는데 하는 꼴을 봐서는 절대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지면을 통해서나 이들을 불러본다. 김재후 선장님, 박연주 기관장님, 김종평님, 정봉주님, 이용상님, 안상철님, 람방 누르카효님, 유수프 하에파님, 허석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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