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교육은 주로 강의실에서 이뤄지지만 교육 목적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총체적 체험을 통한 전인교육에 있다.

그리하여 그 교육의 ‘장(場)’ 인 대학의 물리적 환경 또한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주요한 바탕이 된다. 캠퍼스라고 부르는 이 물리적 환경이 바로 대학의 조경공간이다.

대다수의 대학들은 설립 초기부터 부지에 주위 자연물을 최대한 살려 조경공간을 조성하며 각 건물을 증설할 때마다 캠퍼스 내 입지조건에 따라 공간적 연계성을 갖게 하거나 클러스터화 한다.

캠퍼스 조경에서 소재가 되는 수목은 미적인 요소도 있지만 길흉화복의 장치 역할도 한다.

캠퍼스 부지는 뒤편(主山)과 맞은편(案山)에 산이 자리 잡고 앞으로는 물이 있어야 지리적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이라 한다.

캠퍼스의 조경공간은 학원 설립자의 가치관과 전문가에 의해 조성되지만 전통적인 동양의 풍수사상과 학문의 전당이라는 유교사상 또는 설립주최의 종교관과 결합해 조경공간의 입지선정, 조경식물의 선정과 배식(配植)을 적용한다.

대학에 식재된 수목은 학문을 연구하는 선비의 덕목이 가미된 유가사상이 접목돼 소나무, 대나무와 같은 지식의 등불과 비보(裨補)를 상징한 침엽수 수종이 대다수이다.

또한 대학의 조경은 자연과의 조화와 순리를 중시한 전통 서원의 태극 음양사상 조경양식을 이어받는 사례가 많아 교육기관임을 상징하는 은행나무를 식재한 곳이 많다.

어느 대학이건 정문을 들어서면 본관 앞까지 쭉 뻗은 간선 도로 양편으로 가로수와 사시사철 만개하는 꽃나무와 야생화로 식재된다.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므로 그 곳을 보면 그 대학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지식의 보고 도서관 건물은 독특한 구조와 조경으로 주목을 끈다. 24시간 열람실에서 밤새 밝히고 있는 학생들의 열기는 향후 주역들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캠퍼스 조경에서 연못은 자연적 또는 인공적으로 조성한다. 캠퍼스의 연못은 전통 궁궐의 사각형 방지원도형(方池圓島形)을 모방하는 형태가 많다. 이러한 연못은 음양의 원리를 연못에 투영한 것인데 양을 상징하는 연못 가운데 소나무가 심어진 둥근 섬을 조성해 음양이 결합한다는 동양 철학이 숨어있다.

연못은 풍수지리설에서는 허한 곳을 보(補)하고 지나친 곳은 진압하는 것으로 인공적으로 터의 형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조성하기도 한다.

이는 새물이 흘러 들어와 맑은 호수가 되듯 올바른 학문을 닦는 길에도 항상 새로운 흐름을 받아야 한다는 학문하는 태도를 교훈 삼은 주자(朱子)의 관서유감(觀書有感)과 같은 뜻이라 하겠다.

또한 캠퍼스 조경에서 정자(亭子)는 더욱 운치를 더해준다.

정자는 유가와 노가의 사상을 접목해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광활한 캠퍼스의 녹색 잔디광장은 교내외 각종 행사가 치러지고 여름에는 녹음을 선사해줘 지역 주민들도 찾는 휴식 명소가 되고 있다.

대학에서 잔디광장은 학문의 도량으로 형이상학적인 상징적 세계와 지역사회인과 마음을 공유하는 장으로 공개되고 있다.

대학 조경공간을 두루 관람하다보면 상징적 의미로 식재된 그 대학을 방문한 주요 인사들의 기념식수가 곳곳에서 내력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캠퍼스에는 상징목이나 글귀가 새겨진 상징석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부분이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어 울창한 숲은 청량한 기운을 한 몸에 받는 산림욕장으로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등산코스이기도 하다.

오늘날 대학들은 주변 지형을 잘 살려 수목이나 초화류의 형태와 특징을 절묘하게 친환경적으로 조성하여 캠퍼스에 사시사철 형형색색 바뀌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대학은 사상과 이념, 전문기술 등과 같은 무형문화 영역뿐만 아니라 캠퍼스 시설물 및 경관과 같은 유형문화 영역에서도 시대의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해야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향후 대학은 글로벌 인재 양성은 물론 상징적 이미지를 위해 친환경적 가든 유니버시티(Garden University) 조성과 지역사회가 공유하는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이 구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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