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IT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제2의 생일과도 같은 날이다. 바로 55번째 맞는 정보통신의 날이기 때문이다.

1884년 4월 22일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업무를 주관했던 우정총국이 설립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정보통신의 날이 만들어졌다.

특히 이번 정보통신의 날에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KT의 이석채 회장이 한국통신학회가 시상하는 올해의 정보통신대상 수상자로 선정돼서 의미가 더 새롭다.

그 선정이유 또한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활동으로 대한민국 무선인터넷 패러다임을 주도한 것이라고 하니 자랑스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 동안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발전을 위해 헌신한 선배들의 노력과 오늘도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정보통신업계의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 정보통신의 날을 며칠 앞두고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되찾자는 논쟁이 국회를 포함한 관련 업계와 학계 등에서 벌어졌다.

급기야 국회에서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IT정책을 총괄할 전담부처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터져 나온 것이다.

정보통신 콘텐츠기술(ICCT : 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Contents Technology)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control tower)역할을 하게 될 부처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 만큼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이 급전직하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 정부는 국내외 정보통신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IT정책을 총괄하던 정보통신부를 방송·통신 융합부분은 방송통신위원회로, IT산업촉진기능은 지식경제부로, 디지털콘텐츠부문은 문화체육관광부로, 국가정보화정책은 행정안전부로 분산시켰다.

방송과 통신 융합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IT인프라가 국가와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전분야의 융합을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분산정책으로 인해 빠른 시장변화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물론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경쟁력으로 무장한 애플, 구글 등이 세계 IT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미래 신성장 동력 마련에도 뒤쳐졌다는 부정적인 평가다.

IT관련 각종 지표를 보면 그 결과는 더욱 확실해 진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네트워크 준비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5위를 차지해 2008년 9위, 2009년 11위에 이어 3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IT산업 경쟁력 지수는 그 하락폭이 더 심해져 2007년 3위에서 2008년 8위, 2009년에는 16위로 추락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이런 일련의 사태가 컨트롤 타워의 분산 때문만은 아니다.

개별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연구개발(R&D) 축소 그리고 내수시장의 침체 등 경기 전반의 하락세에 따른 결과지만 국가의 경제전반을 리드하는 정부부처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90년대 후반, 처절했던 IMF시절을 기억하는가? 돌이켜 보면 어려웠던 그 시절을 극복하는데 IT분야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필자 역시 그 중심에 있어왔다.

초고속인터넷의 보급과 관련 산업의 급팽창 이에 따른 대규모의 고용 창출 등은 어려웠던 IMF경제 전반에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전국이 초고속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산업계는 물론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IT분야는 이후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로서 국가브랜드 강화에도 크게 기여해왔다.

IT산업은 특성상 그 발전속도가 무엇보다 빠르다. 늦으면 그 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요즘의 대세는 융합, 즉 컨버전스다(Convergence)다.

이는 관련기술간, 산업간 융합을 축으로, 이에 대한 활용이 증가됨에 따라 연쇄적인 발전이 이뤄지게 된다.

과거의 IT기기가 개별적으로 개발, 이용됐다면 현재에는 광범위한 분야의 이종 산업, 예를 들면 IT와 유전공학의 융합, IT와 나노기술·신경공학의 융합, IT산업과 조선·자동차·건설 산업의 융합 등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가의 성장동력으로서의 IT산업 기반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기왕 정보통신의 날을 즈음해 국회는 물론 학계와 산업계 등 사회전반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나섰으니 토론이 좀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길을 잘못 든 것을 알았다면 바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망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개선의 불가피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는 물론 학계와 업계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모여 위기의 IT코리아를 부활시킬 묘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떨까?

유난히 긴 겨울을 지나 좋은 계절, 봄이다. 어느덧 정보통신의 날도 55번째, 완성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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