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MBC인사 개입을 시사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현모양처 발언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봉은사사태를 일으킨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들은 대통령 주변의 권력실세로 꼽힌다.

그동안 거침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인 공통점도 있다. 결국은 흐지부지 됐지만…. 그런데 최근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특히 김우룡 전 이사장과 안상수 원내대표의 말은 워낙 파괴력이 커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무소불위 권력사용 용인이 원인

작금의 현상은 오만한 권력의 산물이다. 호가호위(狐假虎威)가 통제되지 않아 생긴 부작용이다.

대통령은 한 명인데 언뜻 보면 대통령 주변인사들이 모두 대통령인양 행동하고 있다. 이들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보좌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빌려 이를 행사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을 없었을 것이다.

각 분야에서 이들의 무소불위 권력사용이 용인되는 듯하니 너도나도 위험한 칼을 들고 춤추고 있다.

그 칼을 든 사람은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도 묵인해주는 마당에 누가 감히 나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투이다. 그러니 더욱 오만해져 기세가 등등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오만은 남을 업신여기는 태도이다.

오만은 주관적 판단이어서 고의가 아니더라도 상대가 그렇게 느낀다면 싫든 좋든 그런 것이다. 하지만 김우룡 전 이사장 등 현 권력주변의 오만은 타의가 아니라 고의성이 짙다. 툭툭 내뱉는 말은 세련되거나 절제된 모양을 갖추지 않고 있다.

시정잡배나 할 정도로 소름이 끼치고 천박스럽다.

기분 내키는 대로 직설화법을 동원해 상대를 깎아 내리는 특징이 있다.

‘된 사람’이라면 비록 자신의 심기가 불편해도 인내하거나, 굳이 말로 표출해도 에둘러 의사를 전달하는 예의를 갖추는데 이들에게 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최근 청와대 주변 사람들의 잇단 불량 행태를 보면 대통령 사람 중에 ‘난 사람’은 많을지언정 ‘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오만한 사람은 상대의 실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설령 아량을 베풀어도 기저에는 “니들한테 무엇을 바래랴”는 조소가 깔려 있다. 그저 딱해서 봐준다는 식이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해도 한없이 관대하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의 자기변명에 집착한다. 시쳇말로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이다.

오만한 사람은 또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일을 저질러놓고도 딴청을 부린다. 왜냐하면 ‘시간이 약’이라는 철석같은 믿음이 있어서다. 이 처방전을 손에 꼭 쥐고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결국 지치는 쪽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고, 국민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어든 사례를 많이 보아온 터이다. 이 묘책은 실제 효험이 있다. 망각을 잘 이용하는 지혜 아닌 지혜인 셈이다.

오만한 사람은 세상일 모두가 자기 중심으로 도는 줄 알고, 또 돌아야 한다고 객기를 부린다.

그래야만 직성이 풀린다. 이들에게 주변 여건은 변수(變數)일 뿐이다. 자기를 상수(常數)로 여기기 때문에 일이 잘되면 몫을 꼭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오면 변수를 탓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오만은 자기 위세를 믿고 정도를 걷지 않는데서 발로한다. 이로 인해 오만은 종국에 자기파멸을 부른다.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 감싸고 보호해 줄 우군은 없다. 유아독존 사고에 빠져 남에 대한 존중을 하지 않은 업보이기도 하다. 김우룡 전 이사장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현 정권은 겸손한 권력과 거리 멀어

김우룡 전 이사장은 현 정권이 극구 부인하고 있던 방송장악을 확인시켜줬다. 정권이 김우룡 전 이사장의 발언을 문제삼지 않으면 방송장악을 인정하는 셈이니 이전처럼 덮고 갈 수는 없는 처지였다. 오히려 정권 내부에서 입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샘플로 삼았을 수도 있다. 오만이 부른 비극인 셈이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사태 결말이 궁금하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은 오만한 권력의 결정판이다. 명진 주지스님을 알고 모르고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지만 좌파주지 등의 말을 꺼낸 것은 확인됐으니 말이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계속해 무대응한다면 그게 오만이다.

이는 곧 정권의 오만으로 비춰진다. 혹여 안상수 원내대표가 공식사과를 하면 겸손한 권력으로 바뀔 가능성은 있다고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태도를 보면 전혀 개선의 기미가 없다. 국민을 얕보는 오만한 권력과 국민을 존중하는 겸손한 권력의 차이를 우리는 지금 몸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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