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부 도피

아무도 없는 교회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나님 소릴 불러보기도 했고, 두세 구절뿐이 모르는 찬송가를 흥얼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0~30분간 하고 나면 속이 후련했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속이 트이는 것처럼 후련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철이 나면서부터 그런 짓을 하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이렇게 무릎 꿇고 앉아 애타게 비는 게 얼마만인지 모릅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

역지사지라고 했습니다. 당신 같으면, 당신이 지금의 저라면, 부처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수를 하라고요? 죄 값을 치르고 새 생활을 시작하라고요? 물론 제가 남의 물건을 훔쳤다든지,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팼다든지, 남의 마누라를 훔쳤다면, 난 부처님이 자수하란 말을 하기도 전에 내 발로 걸어서 감옥에 갈 겁니다.

제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아내를 빼앗기고, 집을 날리고, 직장을 잃고, 어느 날 갑자기 외톨이가 돼버린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요? 나를 파멸시킨 놈들은 피해자가 되어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데, 왜 제가 감옥엘 가야 하는 건가요?

남의 마누라를 훔치는 일을 직업적으로 하는 놈들을 못 본 척 했어야 했나요?: 그게 자비인가요? 만약 당신이 나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당신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건 인간이 아닙니다. 아니 신도 아닙니다.”

진창은 고갤 들어 불상을 올려다본다. 여전히 그윽한 눈길로 내려다본다. 자기감정에 취해 다소 불경스런 이야기를 한 게 죄스럽다는 생각으로 올려다보지만 내색도 하지 않는다. 진창은 다시 두 눈을 감고 부처에게 빈다.

“부처님!

시골로 들어가라는 말씀도 못하시겠죠? 그렇습니다. 경찰에 쫓기는 몸이 어디를 가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대충 정리나 해놓고는 시골로 들어갈 작정이었습니다. 애들이 학교 다니기가 좀 어렵더라도 그럴 작정이었습니다. 쫄딱 망해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창피하지만, 어머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고향에서도 정 못 견디겠으면 아이들은 엄마에게 맡겨놓고 떠돌아다니다가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취직을 하려고 했어요. 서울이든 부산이든 가고 싶은데 가서 취직을 해서,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을 하다가 또 답답해지면 떠날 작정이었어요. 그런데 다른 것은 몰라도 택시는 못합니다. 툭하면 교통경찰하고 실랑이를 해야 하는 직업인데, 금방 탈로가 날겁니다. 그래서 못합니다. 배운 기술이라고는 택시운전뿐이 없는 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요?

“부처님!”

차라리 춤판에 갈까요? 마누라를 셋씩이나 도둑질 당한 분풀이를 춤으로 할까요? 아니 몇 십 배, 몇 백 배 이자까지 쳐서 갚아 줄까요?”

진창은 부처님이 설마 그렇게 하라고 할 리가 없다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올려다본다. 예상대로 부처님은 가느다란 눈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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