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찾는 직지이야기]-황선주 서원대 교수 <4>

   
 
  ▲ 서원대학교 황선주 교수가 고서적을 펼쳐 보이며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오진영기자 photo@ccdn.co.kr  
 

버스정류장, 가로등, 간판 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그 이름 ‘직지’.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직지에 대해 할 말이 거의 없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출판을 한 책인지에 대해서 아직은 몇 마디 말밖에 준비해 놓고 있지 않다.

세계인들에게 합리적인 근거를 조목조목 대가며 ‘직지’를 자랑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이에 최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직지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는 ‘직지대학’이 서원대 평생교육원에서 개강을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15일 문을 여는 직지대학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시민들에게 직지에 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직지 홍보·교육을 담당할 전문인력인 ‘직지지도사’를 양성하기 위해 1년 과정으로 학기 당 60시간 강좌로 운영된다.

이 직지대학을 통해 직지의 대중화를 꿈꾸는 이가 있다. 직지대학을 이끄는 황선주 서원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보다 쉽게, 보다 자세하게, 보다 알차게 ‘직지’를 알리기 위해 직지의 내용과 한국인쇄사, 직지인쇄의 실상 등 세부분으로 강의를 구성하고 직지를 실질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을 강사로 섭외해 강좌를 구성했다.

그와 직지의 인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의 관심사는 직지 활자였다. 활자를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몇개나 만들었는지, 교정은 어떻게 했는지 등 그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그 궁금증을 6년의 긴 연구 끝에 세상에 내놓은 11편의 논문을 모아 2004년 책으로 엮어 ‘직지의 세계’를 펴냈다.

황 교수는 “사실 직지 책 속에는 책을 인쇄한 곳이 ‘흥덕사’라고 나와 있는 것이 전부다. 예전에는 활자를 만들어서 지게에 짊어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인쇄를 했기 때문에 활자를 만든 곳이 흥덕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활자를 만든 사람이 누구이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너무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지의 활자를 ‘흥덕사자’라고 칭한다.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활자라는 뜻이다. 흥덕사가 발굴될 당시 활자를 찾기위해 금속탐지기를 동원했지만 찾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의 소망은 직지와 더불어 활자를 찾는 것이다.

직지 활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황 교수는 활자도 남겨져 있지 않고 원본도 프랑스에 있어 복사본으로만 연구가 진행되다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참다운 직지 찾기 운동은 곧 직지에 대한 끈질기고 애정 어린 연구다. 직지를 제대로 찾는 일은 직지를 속속들이 아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직지 찾기 운동은 물론 고려의 활자본도 찾는 등 여러가지 방면으로 진행돼야 하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직지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중국도 금속활자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금속활자본을 성공시킨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직지 금속활자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정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누구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근거를 연구를 통해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직지가 한두명의 연구로 근근히 수명을 이어가고 있지만 청주 시민의 관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면 프랑스에 망명중인 직지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의 꿈인 ‘직지의 대중화’로 세계인들의 모든 가슴속에 구텐베르크의 성서가 아닌 대한민국의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된 ‘직지’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새겨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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