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구의서<청주시립정보도서관장>

   
 
  ▲ (위) 구의서 청주시립정보도서관장(아래) 소설 '덕혜옹주' 책표지  
 

책은 많은데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본지는 ‘도·시·락(圖·始·樂)’을 기획했다. 도시락은 청주시립정보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책으로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앞으로 금요일마다 격주로 만나는 사서들이 권하는 책을 당장 읽어보라. 오랜만에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으리라.

일제의 침략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하여 통치권을 상실하고, 끝내 1910년 한일병합으로 말미암아 519년 동안 이어오던 조선의 국권을 완전히 넘겨주고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게된 ‘경술국캄가 있은 지 올 해로 100주년 되는 해다.

절대, 기념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처절했던 역사 속 순간이 있었기에 현재의 시간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모습 또한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기에 그들의 족적을 더듬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일면에서 얼마 전 나는 어렵고 힘든 망국(亡國) 조선에 태어나 여자로서 대단히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간 매우 흥미로운 인물을 만났다. 그 사람은 바로 덕혜옹주(권비영 저·다산책방)다!

사실, 고백하건데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지는 고종황제에게 덕혜옹주라는 딸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역사 앞에서 문외한이었던 내가 참으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이 작품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덕혜옹주는 고종의 7명 부인 중 7번째 부인인 귀인양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늦은 나이에 본 막내딸을 고종은 유난히 아끼고 예뻐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을 귀여워해주던 자애로운 아버지 고종황제의 죽음 이후 어린나이(13세)에 일본에 볼모로 끌려가게 되고 일본 학습원에서 일본인 동료들의 따돌림과 괴롭힘에 일본 생활은 힘들기만 했다. 거기다가 믿고 의지하던 어머니 귀빈 양씨의 죽음으로 정신은 더욱 피폐해져 조발성치매증(정신분열증)을 앓게 된다. 또한 원치 않는 일본 남자 소 타케유키의 아내가 되어야만 했고. 일본인도 아니고, 조선인도 아닌 딸아이를 낳아 혼란 속에서 헤매다 결국은 미친 여자로 취급받아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다가 남편으로부터 강제이혼까지 당한다.

하나밖에 없던 딸마저 실종되어 자살한 것으로 밝혀지고, 끝을 알 수 없는 정신병원의 감금생활은 15년이나 계속된다. 이렇듯 여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비극적인 삶을 살던 그녀가 ‘김을한’ 이라는 기자에 의해 극적으로 세상에 회자되고 결국 1989년 조국의 품으로 되돌아 올 수 있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는 가슴이 묵직하게 무너지며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불행한 여인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얼마 전(2월 22일) 일본 시네마현에서 엄연히 우리나라 땅인 독도를 가지고 ‘다케시마의 날’로 정해 놓고 매년 기념집회를 가지는 기사를 보고 분노를 느꼈었는데, 덕혜옹주 생애를 반추해보면서 나는 이렇게 진솔하지 못한 일본의 과거사 대응 모습에 더 큰 분노가 치솟았다.

망국의 옹주로 태어나 황녀로서의 자존심과 곧은 성정으로 끝까지 조국을 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던 덕혜옹주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오롯이 앉아 조용히 읊조리던 덕혜옹주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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