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부 낙원의 몰락

저렇게 급해 보이는 건 처음이다. 선숙이도 정신이 없다. 회오리바람이 한바탕 불 것 같기는 한데 누구 말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은행에 들어가서도 아무 일도 못한다. 그저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다. 1분마다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가 선숙의 마음을 뒤흔든다.

“도대체 누구 말을 듣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누구 말도 들을 필요가 없다. 난 나 자신일 뿐이다. 정우든 민혁이든 다 나 하고는 상관없다. 정우의 그늘로 부터 도망치고 싶다, 민혁의 의심으로부터도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민혁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챙길 수가 없다. 그냥 이 돈만 가지고 튀자니 아깝다. 기왕 욕을 먹을 바야 철저히 먹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민혁에게 전화를 한다.

“준비 다 됐어.”

“벌써?”

“오만 원 권으로 다 바꿨어.”

“그럼 2시까지 청주공항으로 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갈 수가 있느냐고 물으려고 하는데 통화중 신호가 들린다. 누군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신호다

“뚝 뚝 뚝 ”

분명히 정우가 급하게 찾고 있을 것이다.

‘전화 잠깐 끊었다가 다시 걸게.’

선숙은 한숨을 내쉬면서 상황을 정리해본다. 생각할 새도 없이 휴대폰이 울린다. 역시 정우다.

“민혁이 왔어?”

“아직.”

“연락도 없구?”

“응.”

“이 친구 수상한데. 빨리 돈 가지고 오라고 전화 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과 돈을 놓고 두 남자가 결투를 벌이고 있다. 다시 벨이 울린다. 그런데 뜻밖의 전화다. 평소 연락이 없던 은하다

“마침 잘 나왔다. 주민등록번호 좀 불러봐.”

“갑자기 주민등록번호는 왜?”

“숨겨 놔야할 돈이 좀 있는데. 네 명의로 예금해 놓으려구.”

“어제 밤 꿈이 좋더니 횡재수가 생기려고 그랬구나.”

“지금 바쁘지 않으면 2시까지 청주공항으로 올래?.”

‘왜?“

“대박 터 출 일이 있어. 참 요즘도 그 남자 만나지? 같이 올 수 있지?”

여기까지 말해 놓고 선숙은 숨이 가쁘다고 느낀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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