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부 낙원의 몰락

누가 오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기분 좋게 놀고 갈 수 있는 춤판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낙원이 무너지고 있다. 우선 남녀의 성비가 안 맞는 날이 많다. 대체로 여자들이 적어서 놀지 못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놀지 못하는 남자들은 속이 상한지 애꿎은 담배만 피워댄다. 낙원에선 누구도 담배를 피울 수가 없다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춤을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을 받은 사람은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반드시 응해야한다는 원칙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정우는 사방에서 낙원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낙원이 무너진다는 것은 사업기반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물론 낙원자체에서 나오는 수입도 만만치 않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곳이 정보를 수집하는 창구라는 것이다.

이곳을 통해서 대상을 물색한다. 낚시꾼들이 고기가 몰려드는 곳에 미끼를 놓는 것과 같은 역할이다. 낙원이 성업을 해야 괜찮은 여자들이 몰려들고, 그들이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야만 사업에 착수할 수가 있다. 그러니 낙원은 제비사업을 하는데 근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정우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다. 꼼꼼히 들여다볼수록 문제가 많다. 수술을 하지 않고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을 정도라고 진단한다.

“사장님!”

“네?”

정우는 어깨를 툭 치며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대답한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세요?”

선숙의 눈가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오랜만에 여기저기 둘러보는 중입니다.”

“난 실연이라도 당했는지 알았잖아.”

“하나하나 점검해 보니 문제가 심각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걱정하고 있던 중야.”

선숙이가 슬며시 반말을 하자 정우도 죽을 맞춘다.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내가 저 번에 말했잖아.”

“당신 말이 다 맞는다는 생각하고 있던 중야.”

“문제가 한두 가지라야지….”

“요즘 당신 친구들은 왜 안 보여?”

“걔네 들이 여기에 돈 벌러 나오는 게 아니잖아. 내가 취직을 했다니까 내 체면보고 운동이나 하려고 몇 번 나온 건데, 원장이란 작자가 엉뚱한 생각이나 하니 나오겠어. 걔네들 수준에 맞는 남자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안 나오는 게 당연하지.”

“원장이란 작자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민혁의 문란한 여자관계를 지적하는 소리라고 짐작한다. 정우가 기분 좋게 웃는다. 선숙이 핵심을 찌르는 게 통쾌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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