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11일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고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짓겠다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새 안(安)은 세종 시는 삼성, 한화, 롯데, 웅진, SSF 등 국내·외 5개 기업이 4조5천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과 연구단지 등을 조성하고 고려대와 KAIST의 일부 또는 전체가 옮겨오고 중이온가속기를 새로 설치해 교육과 과학에 중심을 둔 도시로 건설, 일자리 25만개가 새로 생겨나는 인구 50만 명의 자족(自足)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토지 보상과 부지조성 비용을 뺀 순수한 세종시 건설 사업 예산을 당초 8조5천억원에서 16조5천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렸고, 자립형 사립고를 비롯한 각급 우수 학교 유치 계획도 밝혔다.

이날 정부가 새로 수정안을 발표함에 따라 세종시 문제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나누는 2005년 법안대로 하는 방안과 정부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건설하는 방안 중 고르라는 것으로, 정치권과 충청도민 그리고 국민에게 양자택일의 문제로 제시된 것이다. 지난 8년 간 대한민국에 던져진 세종시 문제에 온 나라와 정치권이 매달려 온 상황을 이제 끝내야 할 때가 왔다.

세종시 수정안에 야권의 반대는 물론 여여내홍(與與內訌)까지 겪게 되었는데, 친이 주류 인사들이 일제히 박 전 대표 측을 향해 공격하는 것은 전투를 이기려다 전쟁 자체를 그르치는 어리석음이요, 박 전 대표도 자신의 정치 생명에 중대한 기로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야당 역시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공사를 끝낸 후 과천시처럼 세종시가 스스로 숨쉬지 못하는 식물도시가 될 경우 야당의 무능력과 무모함을 증명하는 기념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애당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래 추진하려던, 국회와 청와대까지 포함해서 명실상부한 행정수도가 이전하는 방안을 편법으로라도 이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까지 동원한 판결문의 취지는 이것을 국민투표에 붙이라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것이 국민투표에 부칠 사안인지는 법률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지만 국민투표는 모든 국민들이 의사를 표명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마침 올해 6월 2일에는 지방선거가 있어서 어차피 우리는 투표를 하게 된다. 헌법의 국민투표 부의권을 대통령이 발동해서 1) 세종시 원안, 2)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지금은 해법이다. 그래야 정치권의 지루한 이합집산을 뛰어넘을 수 있고 국민들이 바라는 합리적 해법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은 이 건에 대해서 “이건 정치 논리가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에 대한 신임, 불신임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광의의 정치 과정에서 국민들이 토론하고 합의하는 방법으로, 현재로서는 국민투표가 최적의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각 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을 설명하고 설득하여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하나만 더 준비하면 지금은 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국민들의 판단을 빌리자. 진짜 정치가 민심이 천심이라면, 이 해묵은 어려운 해법을 구하는 데 국민들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절차적으로 옳고, 내용적으로도 옳다고 본다. 여당 내의 이견과 야당의 주장 모두 지겹다. 누구 말이 맞는 건지 국민들에게 물어보자, 세종시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대전·충청도민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이해 당사자이다.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이익만을 쟁취하기 위해서 사심에 사로 잡혀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하루 속히 세종시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정책에 자신을 올인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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