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다가 갑작스레 손발이 저리면 더러 이게 중풍의 시초가 아닌가 하고 황급히 한의원을 찾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저린 것은 사실 매우 흔한 증상으로 모두 중풍의 시초로 보기는 힘들다.
평소에 손, 발이 차고 저릴 뿐만 아니라 심한 통증, 뻣뻣함, 시큰거림, 무거운 느낌 등의 감각장애나 뒷목이 뻣뻣하고 온몸이 무거운 증상 등이 점진적으로 또는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한방에서 볼 때 풍(風), 한(寒), 습(濕) 등의 원인으로 인해 장부기능의 이상으로 기혈순환에 장애가 생겨 해당 경락의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으로 한방에서는 비증(痺症)이라 하는데, 이것은 병의 초기 단계로써 큰 병이 올 수 있다는 위험신호일 경우가 많으므로 예방과 치료를 잘 해야 한다.
오랫동안 꿇어앉아 있거나 팔베개를 하고 잠이 들었을 경우 등 일상생활 속에서 일회성의 저린 증상을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팔이나 다리의 신경과 근육이 눌려 있어 통하지 못해 저린 것이므로 눌린 것을 풀어버리면 괜찮아지는 경우다. 우리 몸이 하나의 생명력으로 통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원인이 꿇어앉았을 때처럼 국소적인 경우가 있고, 내장기관이나 뇌, 척수에 이상이 있어 말초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피곤을 잘 느끼는 사람이 과도한 육체활동으로 인해 밤이 되면 저린 것을 잘 느끼는 것은 몸 자체의 원기부족 현상이지 특정한 부위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다. 목 디스크에서도 손이나 팔까지 전기 오듯이 찌릿찌릿 하거나 저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과도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목과 어깨의 근육이 뭉쳐서 신경을 압박했을 때도 팔과 손에 저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허리를 다쳤을 때 다리까지 저리고 당기는 것은 허리에서 다리로 연결된 신경이 상해서 다리까지 기운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다.
이와 같이 여러 경우, 여러 부분에 다른 원인으로 팔다리에 저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 모두를 중풍전조증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둘째와 셋째 손가락이 감각이 둔해지거나 마비가 오면 삼년 안에 중풍이 올 징조’ 라는 말이 적혀 있다. 실제로 책장을 넘기거나 돈을 세다가 손가락의 감각이 없어지는 걸 느끼면서 중풍이 진행되어 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뇌졸증)도 있고, 또한 둔해졌던 감각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일회성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때는 단지 손가락 감각이 둔해지는 것 외에도 평소에 여러 가지 이상을 찾을 수 있는 경우이며, 단순히 넓은 의미로 손발이 저리다는 것이 모두 이런 중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당황하지 않고 가까운 한의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순서이며, 섣부른 일반적 의학 지식이나 민간요법을 맹신해 귀중한 몸을 맡길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