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기업 유통회사들의 끝없는 1위 경쟁도 어지럽다.

‘매출 1위’라는 의미는 소비자들의 인지도 외에 제품 구매력(Buying Power)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한다.

최근 대형마트의 삼겹살 ‘전쟁’이 뜨겁다. 얼마나 치열하면 전쟁이라고까지 표현할까?
100g에 1천500원대 하던 삼겹살 가격이 서울 어느 매장에선 680원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장사진을 이룬 매장 풍경과 대형 유통회사들의 경매식(?) 가격 인하 전쟁을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이런 전략을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으로 분석한다. 우리말로 ‘구설(수) 홍보’라고도 하는데, “상품의 품질과는 상관 없이 고의적으로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 기법”이라는 것이다.

업계, 포화상태 속 생존전쟁 치열

새해 벽두부터 대형마트들이 왜 이렇게 치열한 매출 경쟁에 나선 것일까? 남서울대학교 유통학과 원종문 교수는 대형마트가 이미 변곡점에 와 있다고 전망한다.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수가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업계 간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SSM(Super Supermar
ket)을 골목상권에 무차별적으로 진출시키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홈플러스는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마트를 따라잡기 위해 가장 빠른 속도로 SSM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중소상인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이제 우리 지역으로 돌아와 보자. 작년 5월, 홈플러스 청주점의 24시간 영업 반대로 시작된 중소상인들의 저항은 홈플러스가 골목상권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SSM 반대 운동으로 옮아갔다.

홈플러스는 주변 상가보다 두세 배 높은 임대료를 주겠다며 건물주에게 접근했고 잘 나가는 슈퍼를 인수하기 위해 계속 버티면 주변에 따로 차리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일각에선 동네슈퍼도 힘든데 대기업이 구멍가게 장사해서 남는 게 있겠느냐고 했지만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보니 무려 9∼10년 간 장기계약이 체결돼 있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처음엔 고전하더라도 동네상권의 슈퍼마켓, 정육점, 과일가게, 야채가게, 빵집이 다 나가떨어질 때까지 버티겠다는 얘기다.

작년 7월 충북청주슈퍼마켓조합 측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SSM에 대해 사업조정 신청을 하게 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근거한 ‘사업조정’은 대기업의 사업 진출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일정기간 동안 사업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청주에서는 총 6곳의 SSM에 대해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그 가운데 절반이 홈플러스다.

전국 사업조정 대상 기업 1위라는 불명예를 얻은 홈플러스는 작년 12월 SSM에 대한 ‘상생 프랜차이즈’ 계획을 발표했다.

1억9천800만원만 투자하면 홈플러스가 점포 임차비, 내·외장 공사비, 영업용 판매시설 등을 모두 해주고 계약이 끝난 다음에는 1천8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우선 사업조정 중인 SSM(2009년 12월 8일 현재 51개)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며 연수익 5천500만원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정말 홈플러스가 동네 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가맹사업을 한다는 얘길까? 인천시 갈산동에서는 홈플러스 가맹 1호점 입점에 반대하는 상인들이 한 달째 노상농성 중이다.
상인들은 홈플러스가 사업조정을 피하기 위해 가맹점으로 전환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사업조정 대상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투자금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고 상품 용역, 가격 결정 전반에 걸쳐 홈플러스가 ‘실질적인 지배 관계’에 있으므로 사업조정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맹점주 독점적 영업권 보장 안돼

홈플러스가 제출한 정보공개서를 보면, 가맹본부로 가는 이익배분율이 54∼58%에 이르고 가맹점주는 독점적 영업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계약 이후 갱신 여부도 전적으로 홈플러스에 달려 있다. 무늬만 가맹점이며 사실상 ‘바지 사장’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도 1등에 목 맨 대기업들은 삼겹살을 풀어서라도 매출을 높이는 데 ‘올인’하고 있다. 무늬만 가맹점인 변종 SSM의 출현도 결국 1등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그들만의 싸움이다. 그들의 1등 경쟁이 과연 소비자들에게도 행복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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