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공직 사회는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급변 상황으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

전과 다르게 언제부터인가 나의 존재를 어떤 방법으로든 잘 포장해 알려야 한다. 같은 지붕 아래 한 솥 밥을 먹으면서 후배나 동료들보다 특출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도 보여 줘야 했다.

오늘의 행정은 복잡하면서도 투명하게 개방화되고 있다. 전문성 없이는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게 요즘 공직 사회다. 감동적인 서비스도 요구된다.

다면평가제, 올해부터 없어져

올해부터 인사와 승진 때면 실시하던 다면평가가 없어진다고 한다. 오랜 연공서열과 온정주의 문화 등으로 인해 능력과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을 고려, 합리적인 대안으로 공직 사회가 이 제도를 받아들인 것이다.

‘다면평가제’는 오래 전부터 인사행정 문화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것들을 없애기 위해 1998년부터 도입, 실시돼 왔다. 본인이 대상에 포함되면 동료나 상사, 후배들이 매기는 ‘다면평가 저울’에 꼼짝없이 올라서야 했다. 공직 생활 동안 동료들이 매기는 내 무게의 값은 얼마인지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심한 강박감에 시달렸다.

올해부터는 다면평가를 없애고 근무 성적 평정으로 인사와 승진을 하겠다고 한다.

제천시는 그동안 시를 이끌어 갈 핵심 간부인 사무관과 서기관 승진자 선발을 위해 대상자 능력과 역량 등 소견 발표회를 통해 승진에 반영했다. 이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는 혁신 인사 방침을 내세웠던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기존의 연공서열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조직 구성원인 공무원들도 직접 평가에 참여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 제도를 찬성해 왔다.

하지만 부작용도 커 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 공무원은 일보다는 직원들 간의 인기 관리에 치중해 왔다. 이로 인해 기형적인 조직 문화를 양산한 것도 일부 사실이다. 올해부터는 다면평가제 결과가 승진심사평가기준에서 제외돼 이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

행안부는 공무원 인사의 공정·객관성 확보를 위해 도입됐던 다면평가제가 공무원노조의 승진 대상자에 대한 압박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를 없앴다. 행안부 개선안에 따르면 다면평가는 각 부처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결과를 공무원의 역량 개발과 교육 훈련에 활용하겠다고 한다. 또 다면평가를 없애는 가장 중요한 이유에서 다면평가제가 승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부서장들이 부하 직원의 불법 노조 활동을 눈감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기투표 논란과 부적절한 평가단 구성으로 문제점이 있어 개선이 요구돼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8년부터 도입된 다면평가제가 12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이제 공무원들은 승진하려면 단체장에게 무조건 잘 보이고 실·과·장과 사업소, 단장 등 직속 상관에게 절대 충성해야 한다. 일과 성과 중심의 경쟁 체제를 실시하고 있는 제천시는 올해부터 경력(30%)을 포함해 근무평가 70%로 평가 방침을 세웠다. 근평의 점수는 전적으로 부서장 권한이다. 이젠 부서장 눈 밖에 나면 승진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근무 성적의 평정은 공무원의 능력, 근무 성적, 가치관과 태도를 평가해 재직 기간, 훈련 수요의 파악, 승진 등 인사행정 상의 한 과정이었으나 이젠 승진 요인의 전부가 됐다. 이제는 남보다 앞서는 전문성과 나에게 맡겨진 업무는 죽기 살기로 하는 성실성을 보여야 한다.

부서장 눈 밖에 나면 꿈도 못 꿔

성과도 남겨야 한다. 일단 살아남아 승진 기회를 엿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는 인사나 승진은 안 된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인사나 승진은 아무렇게나 해도 그건 인사권자(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그 같은 행태는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말 같잖은 소리다.

시민들이 바라보는 공직 인사는 시민의 모든 이익과 맞아 떨어 졌을 때 정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인사를 포함한 모든 행정 행위의 목적이 바로 시민의 이익과 직결된다. 시민은 안중에 없이 관련 공무원의 이익 만을 중심에 두는 건 분명 시민의 이익을 거스르고 침해하는 것이다.
이제는 공직자도 전문성을 갖춘 전문 직업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자만이 살아남아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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