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에는 천자암(天子庵)이 있다. 거기에는 두 개의 향나무가 하나로 어울린 수령 800년 된 쌍향수(   香樹)가 있다. 높이가 12m나 되는 고목으로 천연기념물 88호로 지정된 쌍향수(   香樹). 거기에는 지눌스님과 금나라 왕자와의 사연이 깃들어 있다.

금나라로부터 두 스님은 향나무 지팡이를 하나씩 짚고 돌아와 송광사에 도착해 절을 세웠다. 명당을 골라 그곳에 쌍지팡이를 꽂고 절을 지었는데 명칭을 ‘천자암(天子庵)’이라 했다. 임금의 아들이란 뜻의 천자암에는 얽힌 사연이 있다.

고려시대 선종과 교종의 다툼으로 일삼을 때 “禪(선)은 부처의 마음이요, 敎(교)는 부처의 말씀이다”란 명언을 남긴 知訥(지눌) 스님. 훌륭한 인품과 신통력으로 그의 명성은 고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도 자자했다. 당시 만주벌판에는 금나라가 강세를 떨치고 있었는데 順帝(순제)의 황후가 불치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신통하다는 명의를 모두 불러도 소용이 없었다. 어느 신하가 고려의 知訥(지눌) 스님을 모실 것을 청하자 순제는 “지눌스님을 당장에 모셔라”고 하명했다.

지눌 스님의 신통력으로 황후의 병이 말끔히 낫자 순제는 여러 왕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순제는 열다섯 된 셋째 왕자에게 “너는 스님이 되어라”라고 명하니 그 왕자는 두 말 않고 지눌 스님을 따라나섰다.

비록 열다섯 살이지만 왕자는 무사로서 기골이 장대하고 호방했다. 이에 비해 조그마한 체구에 꼬부라진 허리, 지눌 스님의 외모는 형편없었다. “이 볼 품 없는 스님에게서 뭘 배우겠는가?” 왕자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어정어정 뒤를 따랐다.

그러자 앞장서 가던 지눌스님이 느닷없이 “그래. 너 잘났다. 네가 잘났으니 네가 앞장 서거라”라며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스님은 他心通(타심통)으로 왕자의 마음을 훤히 읽고 있었다. 그 말 한 마디에 왕자는 기가 꺾여 “잘못했습니다”라고 두 무릎을 꿇고 고분고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왕자는 고려에 와서 고승이 됐는데 그가 바로 담당국사다. 둘이 올 때 가져온 향나무 지팡이가 800년이 지난 오늘에 천자암의 쌍향수가 됐다.

보통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초인간적인 능력을 神通力(신통력)이라 한다.

수행을 통해 여섯 가지 신통(六神通)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신족통(神足通)으로 어디든지 맘대로 날아 갈 수 있는 능력이다. 둘째는 천안통(天眼通)으로 무엇이든지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셋째는 천이통(天耳通)으로 무엇이든 들을 수 있는 능력이다. 넷째는 타심통(他心通)으로 다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다섯째 숙명통(宿命通)으로 어떤 사람을 보고 전생에는 어떻게 살았으며 현재는 어떻게 살고 있으며 미래는 어떻게 살아갈지를 아는 능력이다. 여섯째는 누진통(漏盡通)으로 번뇌를 모두 끊어서 두 번 다시 고통의 세계에 태어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그것도 참 대단한 능력이다.

역학을 하는 분들은 사람들의 전생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이승의 삶을 예측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모두 다 신통한 능력이다. 요즘 같은 연초가 되면 심심풀이로 ‘토정비결’이나 ‘주역’으로 일 년의 운세를 쳐 보기도 한다.

수행자들은 신통에 집착하는 것은 禁物(금물)이라고 경고한다. 신통에 집착하면 신통력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을 버릴 때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요행이 신통력을 얻었다면 그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을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사용한다면 오히려 재앙을 입는다고 경고한다.

올 한 해에는 신통력은 그만 두고라도, 내 마음 하나만이라도 맑히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수행을 해 볼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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