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는 감정을 신체 내부의 오장과 관련지어 관찰하고 있는데. 성내는 노(怒)는 간장, 웃고 기쁜 희(喜)는 심장, 골똘하게 생각하는 사(思)는 비장, 걱정이나 슬픔, 근심(憂)은 폐장, 두려운 공포(恐)는 신장에 관련된다고 보고 있다. 예부터 전해 내려온 일화 중 감정을 다스려 병을 고친 내용을 살펴보면, 옛날 어느 대감댁에 외동딸이 있었는데 식음을 전폐하고 끙끙 앓는 병에 걸렸다. 여러 의사들이 진단을 하고 처방을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얼마 뒤에 단계라는 명의가 진단을 한 뒤에 다짜고짜 지체 높은 따님에게 욕설을 퍼붓고는 돌아가 버렸다. 대감집 외동딸은 분해 대성통곡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 외동딸은 병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낫고 식사를 잘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단계선생의 처방은 대감집 외동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골똘하게 생각한 나머지 식욕이 없어진 것을 알고, 상사병으로 식음을 전폐한 생각(思)을 화내는 감정(怒)으로 다스린 것이다.

생각인 사(思)는 비장의 감정이고 식욕을 담당하는 주체도 비장의 토(土)의 기운이므로 지나친 생각으로 식욕이 없어진 것이고, 화내는 노(怒)는 간장에 속하는 감정으로 간장은 목(木)기운에 속하게 된다. 따라서 음양오행에 의하면, 목은 토를 이기므로 화내는 감정은 생각하는 감정을 이기는 법이다, 즉 단계선생은 한의학의 근본인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목이 토를 이기는 목극토(木克土)원리를 감정에 대입해 생각으로 똘똘 뭉친 병을 화를 크게 내게 함으로써 풀어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사병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사병은 말 그대로 생각을 많이 해 생기는 병이다. 겉으로 표현 할 수 없는 사랑,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는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상사병에 걸렸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사즉기결(思則氣結)’이라 해 생각이 지나치면 기가 뭉쳐서 순환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특히 생각이 지나치면 소화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생각이 많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음식을 봐도 아예 식욕이 안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상사병에 가장 좋은 치료법은 가슴에 맺힌 기를 풀어주는 것, 즉 상사의 대상을 직접 만나게 해주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한의학적인 치료를 우선해야 한다. 심장과 비장에 울체돼 있는 기운을 풀어줘야만 비로소 식욕이 생기고 소화기능이 제대로 돌아오게 되며, 이후에 병행해야 할 것이 정신적 치료로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아야만 한다. 사람이 가슴에 맺힌 말을 하지 못하면 병이 되기 때문이다. 한자로 사랑 애(愛)자는 받을 수(受)자에 마음 심(心)자를 합친 말이다.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바로 사랑이라는 의미로서, 그 마음이 일방적으로 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못할 때 바로 병이 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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