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숙종 때 명의였던 유상은 천연두를 잘 치료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다산 정약용도 어렸을 적 천연두에 걸렸을 때 유상의 도움으로 되살아났다고 했을 정도였다. 유상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유상은 한밤중에 궁궐 사람들에 의해 납치돼 다시피해서 입궐을 하게 됐다. 숙종이 천연두를 앓았는데 이를 지켜보던 대비가 어의를 불신해 유상을 몰래 불러들인 것이었다. 숙종을 진맥한 유상은 “힘줄과 뼈가 약하고 혈맥이 막혀 있어서 천연두가 심해졌다”고 결론짓고 독소를 없애는 저미고를 쓰려고 했다.

그러나 “왕의 몸이 허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대비가 투약을 금지했다. 유상은 죽음을 각오하고 소매 속에 약을 감추고 몰래 들어가 왕께 약을 올려 완쾌시켰다. 훗날 숙종이 유상의 공로를 칭찬하기 위해 궁궐로 부른 후 “못 먹는 사람의 몸이 허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끼니마다 산해진미를 먹는 내 몸이 왜 허하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유상이 대답하길 “전하께서는 산해진미를 많이 드신 탓에 풍채는 좋으시지만 몸속에 노폐물이 많고 철분을 비롯해 몸에 꼭 필요한 것은 부족해 원기가 허하다고 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에는 옛날처럼 못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영양공급으로 인해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한 시기다. 한 예로 청소년들의 경우 신체적으로는 예전보다 더 건장해졌지만 몸속이 골아서 ‘수수깡’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으며 비만이나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쉬운 것이다.

따라서 이 일화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과한 것은 좋은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균형잡힌 영양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창궐해 면역력을 강화시켜야 하는 이때에 더욱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