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의 거짓말 행진은 어디서 멈출 것인가. 요즘 세간의 관심은 온통 여기에 쏠려있다. 말을 조금 보태면 정 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젠 거짓말의 달인이라고 해도 그에게 명예훼손이 아닐 정도일 성싶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양파’라고 비아냥댈까. 한 인물에 대해 의혹이 따라붙은 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정 총리처럼 취임 이후까지 계속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 총리가 이렇게 망가진 것을 보고 측은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 총리는 총리 지명 직후 세종시 원안 수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충청권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반발할 것은 당연했다. 언론의 사전검증에서 정 총리의 인물됨됨이는 논외가 됐고 세종시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 총리가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일부러 세종시 문제를 거론해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 했던 것 같다.

과오 덮으려 세종시 발언했나

정 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될 때 참여정부 시절 한 청와대 인사가 한마디했다. 정 총리를 당시 요직에 기용하려고 조사를 해보니 문제가 많아 포기했다는 것이다. 설마하니 대학총장, 그것도 대한민국 대학교육의 상징인 서울대 총장을 지낸 분이 이 정도로 추한 모습을 보일 줄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정 총리에 대해선 누구보다 정 총리 자신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사외이사 등 겸직 위반 의혹이 제기된 것만 해도 6가지인데, 정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예스24 이외에 그 어떤 다른 곳에서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게 거짓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경중을 가릴 수 없지만 정 총리와 관련된 의혹은 이명박정부들어 임용된 고위관료들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이다. 그들의 경우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탈세 또한 빠져서 안될 필요조건으로 따라붙었다. 법으로 죄를 다스리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심지어 대법관까지 법원판결로 범죄자 낙인이 찍히지 않았을 뿐 범법자임이 확실한 데 더 따져 무엇하랴. 그러고도 법치를 부르짖으니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정 총리에게 그나마 국민을 허탈하게 하는 위장전입 딱지는 붙어있지 않다.

그가 총리직을 제의 받았을 때 나름대로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덥석 껴안은 데는 ‘나보다 더한 사람들도 등용에 문제가 없는 판에 나는 그래도 낫지 않는갗하는 자기위안과 자신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아무리 야당에서 비난화살을 날려도 자신이 그만두겠다고 나서지 않는 이상 권력을 쥐고 있는 청와대와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방패를 자임하고 당연히 막아 줄 것이라는 기대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야당의 집요한 공격이 뻔한 총리직 지명을 수락했을 리가 없다. 인사청문회에서 뻔뻔한 거짓말을 내뱉은 것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명박정부에서 무척 이례적이었지만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됐던 천성관씨가 인사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가 낙마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대통령이 천성관씨의 거짓말에 대해 상당히 격노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후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인사들의 허물을 덮기 위해 천성관씨를 제물로 삼았다는 말이 있었다. 도덕성은 제쳐두고 일만 잘하면 된다는 이 대통령만의 실용주의 접목 방식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법치 발언 할 수 있을까 궁금

총리를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을 우리나라 행정구조에 대입하면 정 총리는 권력 중심의 대통령 바로 밑에 2인자이다. 실속이야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행정조직에서 누리는 정 총리의 권세는 두 번째로 강하다는 의미다. 권력은 도덕성 기반 위에서 제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정 총리로 인해 이명박정부의 도덕성은 일찌감치 바닥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정 총리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야당에게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이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절규에 가깝다. 도덕성 상실로 ‘식물총리’이야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정 총리가 앞으로 각종 시위나 집회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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