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명의 중에 화타와 편작이 있는데, 화타는 침구와 약 처방에 뛰어난 의사였다. 하지만 그가 정작 명의로 빛을 발한 것은 환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심리요법과 병의 인과관계를 따져 처방하는 ‘관계요법’에 능한 의사였기 때문이다. 한 예로 유명한 고사 중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명의로서 이름을 떨치며 떠돌던 화타가 염독에 도착했을 때 염독태수의 관리가 찾아와 태수의 병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관리를 따라 태수를 만난 화타는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병색이 역력한 태수를 볼 수 있었다. 태수의 얼굴과 몸은 먹고 소화시키지 못한 육기(肉氣)가 부어올라 퉁퉁해 있었고 얼굴엔 짜증이 가득해 보였다. 화타는 한눈에 태수의 몸에 사기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았다.

태수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의 병을 당장 고칠 것을 재촉했고 화타는 “효험이 서서히 나타나는 처방은 지금 당장 할 수 있으나 효험이 하루 만에 나타나는 처방은 숙소에 있는 의서를 참조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태수는 “그러면 내일 아침까지 처방을 가지고 성으로 오시오” 라고 말하고 화타를 보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태수의 부하들이 화타의 숙소를 찾아 갔으나 화타는 사라지고 태수에게 보내는 처방전만 한 장 있었다. 처방전에는 다름 아닌 태수에 대한 욕설이 담겨있었고 격노한 태수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화타에게 욕을 퍼붓다가 결국 피를 토해내고 말았다. 피를 토해낸 태수는 불현듯 자신의 병이 말끔하게 치료됐음을 깨닫게 됐다. 태수가 토해낸 것은 몸속에서 사기가 뒤엉킨 ‘적담(積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계요법은 심리요법과 함께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추적하는 화타의 뛰어난 의술로 후에 예방의학 이론의 밑거름이 됐다.

동의보감에는 ‘예전의 신성한 의사는 능히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서 미리 병이 나지 않도록 했는데 지금의 의사는 오직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르니 이것은 근원을 버리고 끝을 쫓는 것이다’ 라고 하여 결국 병을 고치려면 먼저 마음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동의보감에 ‘병을 다스리고자 하면 먼저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 마음을 도에 합당하게 하며 병자로 하여금 모든 마음속의 의심, 걱정, 생각, 모든 망념, 불평을 제거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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