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음성군청 6층 대회의실. 쌀대책위원들과 농협, 음성군은 머리를 맞대고 산지 쌀값 하락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다. 쌀대책위는 이날 쌀값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 대북지원 재개를 꼽았고 대북지원 법제화, 쌀 목표가격 21만원으로 인상, 공공비축미 수매량 증대, 쌀 고정 직불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쌀대책위는 벼들을 바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정부 공공비축 매입 시작에도 불구하고 산지 쌀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에 14만6천97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가 떨어졌다. 조곡 40㎏ 한가마 가격은 4만6천294원으로 지난해 5만5천849원보다 17.1%나 급락했다. 쌀값 대란이 발생한 2005년과 유사한 상황이다.

현재 5년전 쌀값 대란 때와 유사

정부는 지난달 21일 수확기 산지 쌀 수급안정을 위해 벼 매입자금을 1조원 규모로 늘리고 농협중앙회도 지난해 수준으로 산지조합에 대한 벼 매입자금을 지원토록 해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모두 242만t정도를 사들이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는 공공비축 벼 매입량은 올해 37만t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3만t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벼 매입자금을 1조원으로 늘렸다고 하지만 증액된 규모는 5만t 정도를 더 살 수 있는 800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벼 매입량을 크게 늘렸다가 수백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산지 농협에 지난해 수준의 벼 매입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도 정부가 공공비축 물량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단순히 추곡수매가 조정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만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중장기적인 종합대책 강구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정부는 벼 매입자금 1조원 지원, 농협 등의 수탁판매물량 확대를 골자로 한 쌀 수급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적은 465만t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작년 수준인 242만t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공공비축물량을 적절히 운용하면 민간부문의 재고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시장 진단과 너무도 동 떨어진다. 우선 국내 쌀 재고물량이 80여만t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해 기상여건이 워낙 좋아 468만t을 웃도는 대풍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 햅쌀 가격은 작년보다 20%가량 떨어졌고 농협은 저장 창고가 부족해 야적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작년 수준으로 추곡 수매를 하더라도 저장 공간은 11만t 이상 부족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쌀 공급 과잉은 수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구조적인 문제다. 쌀 생산량과 재고는 늘어나는데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쌀 재고 대란은 해마다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쌀국수, 쌀라면 개발 등 쌀 소비 촉진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쌀 재배면적을 적절히 줄여나가는 근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옥수수, 콩 등 대체작물 재배를 확대하고 그 소득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했으면 한다. 또한 대북 식량 지원 등 기아 국가에 대한 식량 지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외원조는 자원외교 통상외교의 중요한 수단이다. 이처럼 정부의 쌀 수요 대책마련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농민들이 쌀값 안정화를 위한 투쟁의 정도가 예사롭지 않다. 벌써부터 한해 농사를 지은 벼들을 갈아엎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 못지 않게 키운 벼들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있다. 농민들은 쌀 대북지원 법제화와 가격보장, 올해 수확 분 전량 수매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벼 출하 거부 운동에 돌입키로 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민 안심시킬 특단의 대책 나와야

농민들의 반응은 정부가 제시한 안으로 현 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민단체와 농협조합장들의 요구는 대북 쌀 지원재개 및 법제화, 일정물량 조기매입을 통해 시장에서 완전격리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현재 쌀 문제의 근본원인은 대북 쌀 지원이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40여만t의 대북 쌀을 지원해 왔으나 대북 지원이 끊기면서 엄청난 재고가 쌓이기 시작해 결국 쌀값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농민단체의 주장이다. 이처럼 농민들은 대북 쌀 지원이 재개되지 않으면 올 수확기 우려되는 쌀 대란을 막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라의 근원은 농업에서 비롯됐다. 농정이 부차적 정책차원으로 다뤄져서는 곤란하다. 생존권확보 차원에서 쌀값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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