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을 보통 강태공에 비유하곤 한다. 강태공이라 불리는 태공망 여상은 주나라 문왕에 의해 등용돼 나라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주나라 문왕이 인재를 구하기 위해 떠돌던 중 바늘이 안 달린 낚싯대 하나로 세월을 낚는 백발 노인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바늘이 없으니 당연히 잡은 고기도 없고 고기 담을 바구니도 필요 없는 것은 인지상정. 문왕은 낚시를 통해 세월을 낚고 때를 기다리는 이 노인이야 말로 자신이 찾아 헤매던 인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노인이 낚시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스승이 돼 줄 것을 간청했다. 결국 태공은 문왕에게 천하를 차지하는데 필요한 지혜를 전해주고 주나라가 천하를 제패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경품낚시터, 또 다른 폐인 만들어

강태공에게 낚시는 고기를 잡는 도구가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성찰하는 인격 수양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도 낚시에 관한 많은 문학 작품을 통해 낚시가 전해주는 여유로움과 성찰의 기회를 표현해 왔다. 퇴계의 낚시에는 미끼가 없었고 윤선도에게 낚시는 그의 주옥 같은 작품을 만드는 밑거름이었다. 월산대군(月山大君)도 빈 바구니로 돌아오는 가을 낚시가 여유롭고 털끝 만큼의 불평도, 고기 탐도 없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렇듯 자신을 되돌아보고 인격 수양을 위한 낚시가 요즈음 사행성 게임으로 변질돼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음성군 관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경품 낚시터가 우후죽순처럼 운영되면서 경품 낚시를 ‘로또 게임’이라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음성군의 모 낚시터는 3만원의 입장료를 받고, 번호표를 달아 방류한 붕어를 잡은 손님에게 상품권과 라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인근 괴산군의 모 낚시터도 1등에게 50만원 상당을 지급하는 등 낚시가 아닌 도박으로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경품 낚시터는 도박에 못지 않은 낚시 폐인을 만들고 있어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전한 레저가 아니라 자기가 낸 돈의 몇 배 내지 몇 십 배의 경품을 받기 위해 휴일을 낚시터에서 보내기 일쑤다. 이로 인해 가정에 소홀해지기 쉽고 좁은 공간에서 뿜어내는 담배 연기로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다. 야외 낚시가 어려운 겨울에는 경품 낚시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보통 3만~5만원의 입장료를 받고 수십만 원 상당의 경품을 내세워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 이는 엄염한 불법이다. 특히 한 철에 반짝하고 운영되는 하우스 낚시터는 부대시설로 식당을 운영해 영리를 취하지만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관련 법규 위반 및 위생 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물고기 등지느러미에 꼬리표를 달고 그 물고기를 낚는 손님들에게 현금과 상품권, 금반지 등을 지급하는 방법은 도박을 비롯한 무허가 경품업 영업에 해당된다.

지난 3월 대법원은 유료 실내 낚시터를 열어 이용객이 낚은 물고기의 번호표에 따라 상품권을 제공하는, 일명 경품 낚시터를 운영했다면 이는 도박장 개장 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손님들이 내는 입장료가 낚시터에 입장하기 위한 대가에 그치지 않고 경품을 타기 위해 미리 거는 금품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도박 행위라는 판결이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낚시가 구조오작위(九釣五作慰)의 14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행동·태도가 치졸함을 벗어나지 못한 초보가 1단계인 조졸(釣卒)의 단계이며, 낚시와 자연이 엮어내는 기본 원리를 터득하고 그 순결함에 즐거워 한다는 조성(釣聖)을 마지막 14단계라 했다.

우리 조상들의 낚시가 바로 14단계였을 것이고 이를 통해 자연이 전해주는 순수함과 넉넉함을 체득하고 받아들여 자신의 인격 수양을 도모하는 노력을 했다고 표현했다.

‘꾼’들로 인해 낚시터 주변 자연 환경이 오염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저수지가 산재돼 있는 음성, 괴산, 진천, 증평 지역은 가족을 동반한 강태공들의 방문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낚시를 즐기러 온 주민들이 몰리면서 청결하게 가꿔야 할 저수지 주변 환경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건 저수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다. 상당수 저수지들이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은 우리 모두의 책임

쓰레기 투기는 농업용수 오염 등에 따른 부작용까지 불러온다고 한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충북 관내에는 농업용수 확보 차원의 저수지가 187개 있으나 이 중 상당수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낚시꾼의 의식 없는 쓰레기 투기는 농업용수 오염에 따른 농작물 질 저하는 물론 농업용수 운용에 애로를 겪는 등 부작용을 속출시키고 있어 농촌 사회의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오죽하면 관리 감독을 하고 있는 관계기관은 “유료 낚시터가 있는 저수지보다 일반 저수지 인근의 쓰레기 투기 현상이 더욱 심각한 실정”이라고 한 말이 이해가 간다.

환경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후손들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우리의 과오다. 낚시가 건전한 레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책임의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비록 낚시의 마지막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을 담고 세월을 품는 겸허함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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